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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 이전 합의 이후] 한·미 협상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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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左)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가 지난 17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6차회의에서 용산기지 미군을 오산.평택으로 옮기는 데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

"용산을 떠나는 건 우리 국방부뿐 아니라 백악관.국무부를 포함한 미국 행정부의 입장이다. 우리는 모든 전략적 판단을 끝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래 한.미동맹 회의가 열린 하와이 호놀룰루 아태안보연구소(APCSS) 회의실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가 회담이 시작되자마자 워싱턴의 최종 입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1960년대 말 도쿄(東京)의 주일미군이 외곽으로 이전했던 사실까지 거론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 한복판에 더 머물 경우 반미 감정 등 갈등과 긴장은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특히 미측은 한국 국회의원 1백47명이 용산기지 이전 반대결의안을 낸 데 대해 가장 신경을 썼다고 한다. 양측은 이날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며 마라톤 협상을 벌였고, 예정시간을 3시간 넘긴 오후 6시 공동 기자회견을 할 수 있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하루 전 車실장을 만났을 때엔 용산기지 이전을 단독보도한 중앙일보의 기사 번역문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그는 車실장에게 "한국은 이미 입장을 정한 것 아니냐"는 말을 건넸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번 협상에서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해 '한.미 합의'란 표현을 쓰지 말고 '한국의 미국 입장 수용'으로 발표하라"는 훈령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호놀룰루=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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