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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삼칼럼>우리식의 북핵 해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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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北韓 核문제가 하루 하루 결정적 국면을 향해 긴박하게 카운트다운되고 있는데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外信을접하며 하루는 겁먹었다가 다음 날에는 안도의 숨을 내쉬는 나날을 반복하는 것 뿐이다.韓半島 문제에 관한 대응 에서 우리들이요즘처럼 無力感을 느낀 때는 일찍이 없었다.지금보다 南北韓간의긴장이 더 높았던 때에도 문제 해결의 주체는 우리가 될 수 있었기에 전쟁의 공포는 그다지 느끼지 않을 수 있었고,내부적으로이런 저런 실효성있는 논란도 벌 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반도 문제가 거의 우리 손을 떠나있는 상태다.그러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는지 알 수도 없거니와 우리끼리 이런 저런 논의로 아무리 열을 올려도 사태변화에 별다른 영향을줄 수 없게 되어있다.생각할수록 안타깝고 한심스 럽기만한 상황이다. 아마도 壬辰倭亂 말기에 明軍과 倭軍간의 終戰회담 결과를기다리면서 느꼈던 우리 선조들의 심정이 지금 우리들의 심정과 엇비슷했을 것이다.
북한核 문제가 남북한간의 문제를 떠나 美.北간의 문제로 된것은 核문제가 갖는 국제적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그러나 근원적으로는 그동안의 몰아붙이기식 對北전략에도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北韓이 왜 核에 집착하게 됐는가에 대해선 여러 측면에서의분석들이 나오고 있으나 그중 유력한 분석의 하나는 재래식 군사력 경쟁으로는 경제규모의 차이 때문에 도저히 南韓을 이겨낼 수없음을 北韓이 깨달은 결과라는 것이다.
갈수록 재래식 무장이 첨단화하고,값비싸지고 있는 오늘에 있어核은 상대적으로 손쉽고 값싸게 군사력을 증강할 수 있는 수단이다.따라서 국제적 포위상태에 놓인 北韓으로서는 體制유지를 위해核보유의 유혹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北韓에 대한 국제정치적 포위와 함께 재래식 군비경쟁의 계속을선호했던 사람들의 기대는 두 갈래였을 것이다.도리없이 개방쪽으로 체제를 전환하거나 아니면 자체 붕괴로 이어지리란 기대였을 것이다.그러나 우리들이 현대 정치사를 통해 체험 했듯 정치 권력을 유지하려는 속성은 理性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이 집요한 것이다.더구나 그 집념이 단순한 政權유지 차원의 것이 아니라 한 나라 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집념의 정도가 어떠할지는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최후의 순간까지 어떠한수단의 선택도 서슴지 않게 된다.北의 核에 대한 집착은 바로 거기서 비롯되었다고 볼만 하다.
개방하거나 자체 붕괴될 때까지 포위해서 몰아붙이는 對北전략은이미 오래전부터였다.
지난 1년간 현정부의 對北전략도 역대 정권의 그런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北韓핵 문제에는 본질적으로 국제정치적 성격이 內在되어 있다.
그 해결을 위해 국제적 共助,특히 美國과의 共助가 필요한 것은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 해결의 제1 주체는 우리가 되는게 마땅하다.국제원자력기구는 국제원자력기구 나름의 이해관계가 있으며,美國역시 美國 나름의 이해관계가 있다.똑같은 논리로 우리는 우리대로의 이해관계가 있고 또 그런이상 우리의 이해 관계를 내부적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국제원자력기구의 요구,미국의 이해관계만 충족하면 그것이 곧 우리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는 것이 되는 것일까.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美國의 경우는 북한核 문제에 대해 세계 核비확산체제를 계속 자신의 主導아래 두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그런 巨視전략에서 보면 극단적인 경우 한반도에서 武力충돌이일어나도 상관없는 일이다.
갖가지 엄청난 주장들을 해대고 있는 美國 강경론자들의 입장은그런 發想에 기초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北韓이 핵을 보유하는사태는 막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남북간의 武力충돌까지 감수해도 좋은 처지는 아니다.核도 막고,무력충돌도 방지해야 하는게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이러한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면 우리 나름의 이해관계에 기초한 전략아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21일까지의 국제원자력기구및 미국과 북한의 협상결과가 어떻게되든 문제해결은 첩첩산중이다.언제까지 미국전략의 보조역만 할 것인가. ***對北정책 發想바꾸자 金泳三대통령은 순발력과 돌파력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되어 왔다.지금이야말로 그것을 발휘할 때다.金정부가 美國전략의 테두리 안에 머물고 있는 동안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여러가지 우리 나름의 전략이 제시되어 왔다.이를테면 在美북한전문가인 李庭植교수(펜실베이니아大)는『일괄타결이단기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에 불리할지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한국이내세우는 평화共存및 남북공동체 달성에 손해가 아니다』라고 말한바 있다.金大中씨는 南北정상회담을 촉구했다.기다리기만해선 안된다. 韓半島문제의 韓半島化를 위한 發想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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