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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뢰폭로자에만 매 든 윤리위/박영수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동위 돈봉투 사건을 다루어온 국회 윤리특위는 14일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특위는 7명의 의원으로 「김말룡의원 징계심사소위」를 구성키로 하고 1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만에 회의를 마쳤다.
이 징계소위의 주임무는 김 의원의 돈봉투 폭로가 노동위 동료의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는지를 심사하는 것이다.
소위의 명칭만을 보면 돈봉투의 의혹 자체에 대한 조사부분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돈봉투를 폭로함으로써 정경간의 로비의혹을 제기한 김 의원이 더 큰 문제인양 여겨진다.
돈봉투 조사보다 이를 터뜨린 사람을 더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증인 진술이나 몇차례 듣고 잠자코 검찰 수사나 지켜보고 있다가 마지막에 한다는게 고작 이 정도다.
노동위 의원들이 돈봉투를 받은 양 오해받고 있다고 폭로자에게 눈을 흘기자 윤리위가 이에 휘말려 들어간 것이다.
물론 소위의 명칭이 그럴뿐인지 거기에서는 돈봉투건의 진상도 함께 조사한다는 설명이 있긴 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윤리위의 본래 안건이 돈봉투 수수의혹 자체를 조사하는게 아니라 김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혐의 고소건을 다루는 것이어서 「징계심사소위」 구성이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한다. 지극히 형식논리에 치우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검찰 수사가 의원들의 수뢰사실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국회를 보는 국민들의 의구심은 해소된 것이 아니다.
윤리위는 검찰 수사 결과에 안심만 할 것이 아니라 이후에라도 진상조사에 적극 나섰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에서도 밝히지못한 사건을 수사권이 없는 윤리위가 어떻게 밝혀내겠느냐고 뒷짐만 지고 있으려 해서는 안된다.
최소한도 진상조사소위를 구성해 사건을 밝히려는 의지는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돈봉투 의혹이 점점 희미해진다고 해서 엉뚱하게 부정을 폭로한 동료의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서니 기가 막힐 일이다.
국민들은 눈을 뜨고 윤리위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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