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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완역 도덕경' 펴낸 아줌마 논객 이경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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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돌아온 '아줌마 논객' 이경숙(李敬淑.44)씨. 3년 전 '노자를 웃긴 남자'(자인)란 책에서 도올 김용옥(金容沃.중앙대 석좌교수)씨를 신랄하게 비판해 화제를 모았던 李씨가 새 책을 들고 동양학계에 다시 나타났다. 새 책의 제목은 '완역 이경숙 도덕경'(명상.전 2권).

새 책에서 李씨는 김용옥 교수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고 있다. '이경숙 식'번역만으로 책을 펴내겠다고 공언한 3년 전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출판사와의 일로 최근 남편 김관흥(46)씨와 함께 경남 마산에서 상경한 李씨를 만났다. 李씨는 컴퓨터 엔지니어인 남편 金씨와 고3, 초등 6년생인 두 딸을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용옥 교수가 방송 강의를 재개한 시점에 책이 출간됐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원고의 절반은 2년 전에 이미 출판사에 넘겼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을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을 뿐이다."

-'노자를 …'와 새 책 '완역 …'은 모두 노자의 도덕경에 관한 책인데 무슨 차이가 있나.

"구성이 천지차이다. '노자를 …'는 도덕경 21장까지만 번역했을 뿐이고, 내용의 주인공도 김용옥 교수였다. 하지만 '완역 …'은 도덕경 81장을 모두 내 식대로 번역 해설했고, 주인공 역시 金교수가 아니라 당연히 노자요, 노자의 목소리다."

-두 종의 책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애착이 가는가.

"'노자를 …'는 불과 한 달 만에 인터넷에 장난스럽게 올린 글이 출판까지 됐다. 솔직히 말해 내 책이라고 지인들에게 내밀기가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번 책은 나의 책에 관심을 가져 준 수많은 독자에게 보답하려고 심혈을 기울여 썼다. 앞으로 도덕경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완역 …'을 참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김용옥 교수에 대한 비판을 철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그렇진 않다. 비판의 대상이 金교수의 '노자와 21세기'에서 도덕경 해설서 전체로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노자를 …'를 쓸 때 金교수를 그렇게 심하게 비난한 것은 金교수 한 사람만 비판하면 다 바로잡히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학계를 전혀 몰랐고 기존의 학설도 몰랐다. '완역 …'을 쓰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도덕경 해설서들을 찾아 보니 대개가 몇 개의 자구 차이만 보일 뿐 비슷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노자를 …'로 올린 수입은.

"3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 인세 수입은 1억원 정도다."

-문제는 한문 문법이다. 처음 '노자를 …'의 독특한 화법에 혹했던 강단의 연구자들도 지금은 대체로 '파격적 문법'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문법에 맞춰 해석했다는 책들이 번역의 일관성도 없고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게 돼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도덕경은 한문 문법이 성립되기 이전의 책이다. 후대에 형성된 문법의 틀에 맞추려다 보니까 노자의 본래 목소리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李씨와 관련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누구에게 한문과 고전을 배웠나'하는 것이었지만, 李씨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동양학이나 한학에 관한 정통적 교육과정을 밟은 적이 없고, 스승도 없다"면서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반야심경.금강경 같은 불경과 함께 도덕경을 베껴 쓰면서 한문 읽는 눈을 조금 뜬 것이 전부"라고 되풀이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20년을 함께 살아 온 남편조차 의아하다고 거들었다. 남편 金씨는 '노자를 …'가 나오기 전까지 李씨가 도덕경이라든가 기타 한문 책을 보는 모습을 못 봤다고 말했다. 때론 '내 아내가 맞나'하는 생각에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했단다. 전공자가 아닌 李씨가 나름대로 풀어가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한문 솜씨 때문이다.

배영대 기자

*** 이경숙은 누구

1960년생인 이경숙씨는 컴퓨터 통신 초창기인 1991년부터 '구름'(clouds)이란 필명으로 유명했던 인터넷 논객이다. 3년 전 '노자를 웃긴 남자'를 펴내 도올 김용옥 교수를 매섭게 몰아붙여 오프라인에서도 크게 주목을 끌었다. 컴퓨터 엔지니어인 남편의 도움으로 새롭게 개장할 홈페이지 주소는 (http://clouds.or.kr) 이고, e-메일 주소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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