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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경제외교 나선 LG축구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스포츠가 경제외교에 나섰다.
『도브리덴(안녕하십니까)』『제쿠이(감사합니다)』.
5일 프라하 시내의 하루평균 20만명이 찾는 체코 최대의 국영 코트바 백화점 3층 전자제품코너.럭키금성 전시관 앞에서 열린 사인회에서 프로축구 LG치타스 선수들이 서투른 체코말로『도브리덴』을 외쳐댄다.
LG선수들이 축구를 앞세워 제품 홍보에 나선 것이다.
1백년의 축구전통을 자랑하는 체코인들은 축구를 사랑한다.2년전 창설된 체코 프로축구리그의 평균 관중은 게임당 약 7천~8천명. 프라하를 연고지로한 93~94시즌 1,3위팀인 스파르타나 슬라비아팀의 경기가 벌어지면 2만~3만명의 관중이 경기장을찾아 이따금씩 난동을 부릴 정도로 축구열기가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29일부터 체코 인근 브랜디에 겨울훈련캠프를 차린 LG 치타스에 대한 관심도 대단해 슬라비아팀과의 친선경기에 5천~6천명의 유료 관중이 슬라비아 메인스타디움을 찾았으며 대중지 브레스크등 대부분의 신문들이 연일 관 련기사를 싣고 있다.
LG 치타스의 체코 겨울 전지훈련은 경제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브라질).포철(호주)등과 함께 현지시장에 겨울훈련캠프를연 LG 치타스는 이곳에서「GOLD STAR 축구팀」으로 통한다. 체코주재 한국대사관.KOTRA.럭키금성뿐만이 아니라 체코에 진출해 있는 삼성.대우등 한국의 대기업 현지 지사들 모두가LG 치타스의 체코방문을 반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출 일선에 선 이들이 느끼는 최대의 장벽은 한국의 이미지.
이미 1백여년전 SKODA자동차를 만들어낸 체코인들은 한국을「꾸준한 경제성장으로 이제 갓 가난을 벗어난 나라」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20여년전 월남전 원조에 대한 보상으로 체코로 들어와 잡역부역할을 도맡아한 베트남인에 대한 인상이「동양인」에 대한 관념을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아직도 이곳 식당에서 홀대받기 일쑤다.
그러나 이곳 TV시장 점유율에서 체코의 OTF社를 제외하면 금성 9%,삼성 6%,대우가 5%로 소니 7%,필립스社의 4%를 앞서고 있다.
다른 동유럽국가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한국은 이곳에서 일본과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또 1인 월평균 임금 2백달러수준의 체코시장이 한국의 제품및수출전략과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이같은 현실에서 한발짝 물러서 보면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일본은 이미 7,8년전부터 동유럽시장 개방에 대비,분재를 대표로한 문화사절단과 야구팀등 스포츠팀들이 체코를 방문해 문화.
스포츠 외교로 시장기반을 다지고 있다.치밀한 시장공략 전략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낮은 시장점유율이지만「일본제품은 세계최고」라는 이미지를심어놓고 있다.동유럽의 구매력이 회복되면 무섭게 파고들 태세를갖춘 셈이다.
金亨洙 KOTRA 체코관장은『때론 소리높여,때론 소리없이 진행되는 세계무역전쟁의 현장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입니다.무역상사뿐만이 아니라 축구선수.관광객 모두가 무역 일선에서 뛰어야 합니다』라며 아직도 세계 중간에 서있는 한국의 국제 적 위치로 볼때 우리는 이미 터뜨린 샴페인 마개를 다시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회에 동원된 3명의 체코 미녀들과 제품홍보활동에 여념이 없는 선수들은 체코인들의 눈길이 진열된 제품에 머물 때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프라하=辛聖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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