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에서>민중미술 15년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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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립현대미술관에 민중미술 15년전을 보러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4일 오후3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문화체육부 金道鉉차관의 환영인사말로「민중미술 15년전」이 개막됐다.이날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거리로 내몰렸던 민중미술이 우리 현대미술의 상징적 공간인 국립현대미술관에 초대된 현장을 지켜보려 5백여명의 작가.
미술관계자.일반관람객들이 모였다.
민중미술이 탄압받던 시절 구속되기도 했던 작가 홍성담씨나 신학철씨,그리고 평론가 최열씨의 모습도 보였다.
金차관을 비롯해 林英芳국립현대미술관장.金正憲전시조직위원장.林采正국회문공위원.李大源 예술원회장.趙京姬예술의전당이사장.林玉相민미협대표등 정부측 문화행정 책임자들과 민중미술계 인사들이 나란히 서서 개막테이프를 끊었다.민중미술의 복권을 의미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민중미술권으로부터「제도권미술의 상징」이란 이유로 비난의 표적이 됐던 국립현대미술관측 관계자들도 민중미술작가.평론가들과 어깨를 맞대고 이 모습을 지켜봤다.
이어 이들은 미술평론가 兪弘濬교수(영남대)의 설명을 들으며 한때는 당국에 의해 이적표현물로 치부되기까지 했던 작품들을 둘러봤다. 김환영씨가 분신자살하는 대학생의 모습을 확대복사해 만든 작품(『5월,우리들의 죽음』)앞에서 이들은 兪교수의 설명에공감한다는듯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군중을 꼼꼼하게 한폭에 그려넣은 하성흡씨의 수묵화『박승희 장례행렬도』앞에선 『민주화열망이나 정열이 없었으면 못그렸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80년을 전후해 태동한 민중미술을 결산하는 뜻을 지닌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것이다.출품작가 3백18명에 소개작품만 6백여점.국립현대미술관의제1,제2,제7전시실과 중앙홀까지 사용한 전시면 적만 1천6백여평으로 전시벽면은 축구장을 한바퀴 돌 정도의 길이다.
林英芳관장은 개막식에서『어렵게 성사된 전시지만 언젠가 누구의손에 의해서든 꼭해야할 전시』라고 민중미술전 기획의미를 설명했다.林관장은『수입미술이 아니라 우리의 뱃속에서 우러나온 우리 삶을 반영한 미술이기에 일반이나 학생들에게 많은 점을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출품작가로서 정식초대장을 받아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민중미술작가들은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며 지난 15년간의 싸움과 노력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감격에 겨워하는 모습이었다.
민중미술의 모태였던「현실과 발언」동인인 미술평론가 尹凡牟교수(경원대)는 전시장을 둘러보며『감개무량하다.이곳에서 민중미술을보리라고는 정말 생각못했다』고 말했다.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대형걸개그림이 걸려있는 중앙홀에서 열린 개막식행사에서 金正憲 전시조직위원장은 강요였든 자의였든 미술계의 2분법적 편가름은 이제 용도폐기됐다며『변화속의 화해,화해속의 변화』가 민중미술의 새로운 과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시회현장에서는 앞으로의 민중미술활동에 걱정을 표시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았다.
작가 申鶴澈씨는『앞으로를 생각하면 답답하다.민중적 성격을 어떻게 대중화할 것인가는 과거 민중미술의 평가못지않게 모두에게 쉽지않은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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