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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보측 네차례나 말바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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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막판엔 “회사로비자금은 8백만원 불과”/특가법 가중처벌 피하기 위한 작전인듯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이 계속되는 한국자보측의 「말뒤집기」 때문에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6일까지 한국자보측이 진술한 내용은 이창식전무가 회사돈 8백만원중 2백만원을 박장광상무를 통해 김말룡의원에게 건네주려 했고,나머지 6백만원은 아직도 이 전무 통장에 보관중이라는 것.
그러나 이같은 주장도 불과 열흘 사이에 네차례나 번복됐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고 언제 다시 말이 바뀔지 갈피를 잡기 힘든 실정.
김 의원이 지난달 24일 『국정감사가 끝난 지난해 11월12일 한국자보측에서 돈봉투와 과일바구니를 가져다 놓았길래 돌려주었다. 돈봉투를 싼 서류봉투에는 회사도장 여러개가 찍혀 있었다』고 폭로했을 때 한국자보의 첫번째 반응은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국자보 이 전무는 25일 『상무가 8명인데 김 의원에게 돈봉투를 주었다는 상무는 누군지 모르겠다』며 『인사차 여야 의원 10여명에게 과일 보낸 적은 있다』고 밝혔다.
박 상무의 이름이 거론되자 자보측은 다음날 『박 상무가 회사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12월10일 김 의원 집을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해 이틀뒤 다시 찾아갔으며 돈봉투를 가져간 적은 없다』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물론 박 상무와의 면담은 거절했다.
27일 노동위 자체 조사에 나온 박 상무는 『12월말께 송년회를 겸해 김 의원을 포함한 등산멤버들과 식사한 일은 있지만 11월엔 만난 적이 없다』며 『신문보도를 보고 돈봉투를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또 이날 증인으로 같이 출석한 한국자보 김택기사장과 이 전무 역시 『일부 노동위 의원들에게 사과를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김 사장은 또 『회사사정이 어려운데다 사회분위기가 바뀌어 로비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김 의원은 『돈을 돌려주기전 박 상무 집을 몰라 친구인 안상기씨에게 돈봉투를 보여줬고,돌려준뒤 사과를 받을겸 박 상무와 안씨,후배 박수근씨 등 4명이 점심식사를 했다』며 3명을 증인으로 내세우며 맞섰다.
사건은 국회 윤리특위로 넘겨졌고 2일 윤리특위 증인으로 출석한 박씨와 안씨가 김 의원 주장을 확인하자 이 전무는 『박 상무가 김 의원에게만 개인돈 1백만원을 준뒤 돌려 받았다』고 진술을 바꾸기 시작했다.
뇌물공여혐의로 고발된 박 상무는 같은시간 변호인을 통해 이 전무와 같은 주장의 자주서를 검찰에 보낸뒤 『김 의원이 넉넉하지 못한 형편같아 부인 옷 한벌 값으로 갖고 있던 1만원권 1백장을 건네줬다』며 회사관련 사실은 부인했다.
5일 검찰에 출두한 한국자보 김준기회장·김 사장·이 전무·박 상무·이규천이사 등 회사경영진 5명도 처음에는 한결같이 박 상무 개인 일로 떠넘겼다.
이 전무는 『김 의원과 장석화의원이 국회에서 한국자보를 너무 심하게 괴롭히니 회사 사정을 잘 설명해 보라고 사장이 지시해 박 상무가 김 의원을,내가 장 의원을 맡았지만 나는 만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계속 추궁하자 한국자보측은 6일 회사에서 로비자금 8백만원을 인출했고,그중 2백만원을 김 의원에게 주려했던 것이라고 또 진술을 번복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진 대기업의 국회·노동부 관련 로비자금 책정액이 8백만원이라는 점은 현실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는게 지배적인 의견.
이 때문에 만일의 경우 수뢰자의 특가법상 가중처벌(뇌물액수 1천만원 이상)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꾸며낸 액수란 의심도 받고 있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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