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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일단 안도… 진전상황 주시/돈봉투 수사관련 정치권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여론 촉각/민주/“내심 우려했는데 예상했던 결과”/민자
여야 정치권은 국회 노동위 돈봉투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의원들의 수뢰혐의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자 굳어있던 얼굴을 조금씩 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보측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수사진전 상황을 주시하는 등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노동위 소속 의원들은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결백이 입증되고 있다고 크게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검찰이 혐의를 못밝히는 것이 아니라 안밝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발표에 세간의 의혹을 벗었다고 안심하면서 주눅든 얼굴을 펴고 있다. 이기택대표는 그간의 침묵에서 벗어나 『정치권에서 이번 사건은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진이 가시지 않은듯 여론과 남은 수사과정을 주시하며 아직까지 긴장감을 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발표에 의문을 갖고 있는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자보의 로비금액이 모두 8백만원뿐이라는 수사결과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액수라를 지적 때문이다.
민주당내에서도 그같은 발표에 고개를 젓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보 사장이 고발될 처지에 놓였는데 로비자금으로 과연 8백만원의 「자투리 돈」만을 준비했겠느냐는 의문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 의원은 『뇌물액수가 1천만원을 넘을 경우 특가법의 적용을 받아 중벌을 받는다는게 감안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한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같은 여론이 사건의 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질하는 표정이다.
특히 김말룡의원외에 자보가 돈을 전달하려고 했다는 2명의 노동위원들이 누구인지에도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또 자보가 조성한 63억원의 비자금 향방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자보의 부당노동행위가 문제시된게 돈봉투건 훨씬 이전인 지난해 초반부터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돈봉투건이 아니라도 자보로부터 정치권 등에 로비가 진행되었을 개연성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민주당에 자보 및 동부그룹과 가까운 인맥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의원들도 있다.
○…민자당은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에서 소속 의원들중 돈을 건네받은 의원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자 『에상했던 결과』라면서도 안도의 빛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계 한 중진의원은 『그동안 본인들이 계속 결백을 주장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칼을 뽑아들고 나서는 바람에 내심 우려도 없지 않았다』면서 『만일 우리당 의원중 돈봉투에 연루된 사람이 드러날 경우 김영삼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깨끗한 정치」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던 문정수 사무총장도 여유를 되찾고 있다. 그는 물론 성역없는 수사와 관련,의원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문 총장은 『검찰 수사로 뭔가 나오는가 했더니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그동안 언론이 너무 앞서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성호 수석부총무는 일부에서 당지도부의 관련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 『지난 국감때 자보 관계자들의 위증건 고발여부로 총무단이 노동위 소속 의원들과 협의한바 있다』며 『그러나 지도부가 개입할 성질이 아니어서 상임위에서 알아서 결정토록 했다』고 말했다.<신성호·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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