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邪道 아닌 산술정치를 펼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곧 집권 2년째를 맞이하는 金泳三대통령은 이제 政治의 슬기,統治의 기술을 발휘할 때다.司正과 改革이라는 과거斷罪의 소극적정치에서 새로운 가치를 創造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30년만에 실현된 文民政府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받아 야 할 것인가를 가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때마침 임시회의를 여는 國會도 政治改革을 위한 입법안을 처리할 참이고,國際化.開放化의 구체적 안건인 우루과이 라운드협정에대한 批准案등을 다룰 예정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國政의 새로운 설계와 집행을 위해 지난 1년동안에 지불한 代價는 결코 적지 않은 것이었다.그 비싼 代價를 제대로 보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지난날의 惰性과 屬性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모델,더 적극적으로는 새로운 構造를 창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늘의 상황은 否定해 마지 않았던 과거와의 연결 고리가 구석구석에 깔려 있을 뿐 아니라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黨 내외의 競爭을 포기한 채엎드려 대통령의 눈치나 살피고 있는 政治,아직도 막강한 權威와힘을 행사하고 있는 官僚組織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이런 타성에 빠진 정치와 관료사회를 뜯어고치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대담한 수술 없이는 黨舍 현관에 여성 안내원을 배치하는 것으로정치를 쇼化하거나 예산타령 끝에 새 目的稅나 창안해 내는 일이반복될 뿐이다.
黨의 경쟁 체질을 위해 여당이 민간 기업에 요원 연수를 위탁한 것은 戱畵的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통제와 단속과 사찰 대상으로 삼고 그 위에 君臨해 오던 기업앞에 정치가 한 수 배우겠다고 무릎을 꿇은 꼴이 되었으니 어찌희화가 아닐 수 있겠는가.더구나 그 뒤를 따라 정부기관도 연수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각자가 독자적 룰을 창조하지 못하고「우로 나란히」式의 劃一化를 향해 달리는 無事安逸의 또다른 표본을 보는 느낌이다.
정치개혁을 위한 立法 또한 자칫 선진국의 좋은 제도만을 모방하는 模範答案을 내는 것으로 끝나버릴 위험이 높다.한 제도가 정착되고 제대로 機能하기까지의 역사적.사회적 전통과 過程을 무시한 채 매끈한 文面만을 모방하는 것이 정치 개혁 이 될 수는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희화적 일들은 요컨대 관료나 정치가 숨을 쉬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강요된 沈默의 결과다.앞으로 살아있는 政治,可能의 藝術을 창조하고 스스로의 경험에 의해 새로운 룰을 창조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정치에 競爭의 원칙을 도 입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엉거주춤 엎드려있는 與黨을 일으켜 세우고 국회라는 무대를 통해 野黨과 경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고 받거나,밀었다 당겼다하는 정치의 다이너미즘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그것을 통해 사회각 분야도 떳떳하게 주장을 펴고 제 몫을 찾을 수 있는 경쟁태세를 회복하도록 體質改善을 유도해야 한다.
문민정부라는 성격이 免罪符가 된 오늘 상황이 대통령의 책임만은 아니다.또 현재의 與野 版圖가 時代的 성격에 맞지 않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그럴수록 그들을 密室에서 공개된 경쟁의 자리로 끌어내 당원과 유권자의 판단으로 適者生存을 이루고 시대에맞는 改編을 이루도록 경쟁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반대.견제세력을 설득하고 협상을 벌여 實利와 名分이조화를 이루는,둘을 합해 다시 둘로 나누는 경쟁의 算術政治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정치를 正이라고 배운 이들에게 타협은 邪일 수도 있지만 정치를 可能의 藝術이라고 본다 면 새로운 創造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政治로 復元을 그 일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한것이고 여당의 총재이기 때문에 더욱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그럼으로써 정치를 사랑방의 修身講話로부터 統治의 技術,게임의 정치로 復元시켜야 할 것이다.숱한 도전과 역경을 극복하고 타협과때로는 굴복 을 얻어낸 경험이 있는 金泳三대통령만이 해낼 수 있는 勇斷이다.
〈언론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