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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바뀌면 정책 다시 원점으로/김준범 통일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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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방부 제1회의실에서는 1일 오후 국방부·합참의 고위장성들과 영관장교 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보화시대의 국방정책 방향」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공동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4시간에 걸쳐 열띤 분위기속에서 정보화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방안 등에 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심포지엄에는 이필섭 전 합참의장과 교수출신인 정준호 국방부차관도 참석,토론 광경을 관심있게 지켜 보았다.
발표에 나선 연구자들은 앞으로 우리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정보화시대의 군대건설」 「신국방 비전」 「기술집약형 군구조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우리 군은 아직도 노동집약형 인력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유형전력증강 위주정책으로 직업군인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정보통신 운용측면에서도 전체장비의 80%가 10년 이상 노후돼 있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특히 군은 현재 전문인력 확보경쟁에서 가장 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사관학교 지원수준도 급격히 떨어져 북한 군관의 평균 지능지수(1백35)를 훨씬 밑돌고 있다며 국방인력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어 참석자들도 금년중 한국에 이양될 평시 작전통제권을 예로 들면서 독자적인 정보획득 능력이 없는한 작전통제권 행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우리 군의 아픈 곳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개선의 시급함을 지적한 이날 심포지엄은 겉모습으로 볼때 마치 대학가의 학술토론회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발표된 내용이 수년동안 이런 류의 세미나나 연구발표에서 수없이 되풀이 되어온 원론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기술집약형 군구조로의 전환방침은 91년 이종구 국방장관 시절 이미 「통일이후 신국방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계획되어 일부 추진된바 있고 그 계획엔 오히려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이제는 원론보다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어 그 유용성이나 효율성을 논해야 할 시기다. 모처럼 뜨거운 열기속에 진행되었지만 알맹이 없는 이날 심포지엄을 나무랄 수만 없는 측면도 있다.
수년전에 계획된 기술집약형 군구조 개편은 장관이 바뀐후로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군의 발전을 위해서는 착상된 아이디어에 더 발전된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하고 그같은 분위기를 고취하는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또 군의 국방과학연구가 후속연구를 따라갈 수 없다면 민간인들의 참여도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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