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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욱칼럼>북한핵과 일본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근 英國의 선데이 타임스紙는 영국 정부의 비밀 보고서를 인용해 日本이 핵폭탄 제조를 완성하는 단계에 와있는지 모른다고 보도했다.지난해 12월 영국 국방부가 총리에게 제출한 보고서에따르면 일본이 전자擊發장치를 포함해 핵폭탄 제조 에 필요한 모든 部品을 확보,충분한 量의 플루토늄만 있으면 핵폭탄 제조를 끝낼 수 있는 단계에 와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몇달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대체로 핵및 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50年代부터 거국적으로 원자력연구와 투자를 시작한 일본은이미 핵연료재처리및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추고 있고,2010년까지 약85t의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및 수입을 통해 확보한다는계획까지 공표해놓고 있다.이러한 플루토늄 비축량은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소형 원자폭탄 8천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또우라늄 농축시설로 순도 96%이상 으로 고농축만 시키면 핵폭탄제조가 가능하다.
이렇기 때문에 일본의 핵무기 보유를 억제하는 것은 기술적인 요소가 아니다.국민의 거부감과 국제적 核非擴散(NPT)체제에 따른 非核원칙이 이를 막고 있다.北韓핵 문제가 본격 제기되면서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의 非核원칙이 흔들리게 되는것 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필자가 참가했던 지난 12월 서울의 제1회 韓日포럼과 지난주韓日문화교류기금의 일본 시찰단 訪日때도 이 문제가 제기되었다.
물론 일본측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일본의 核무장 가능성을 강하게부인했다.2차대전으로 원폭 피해등 궤멸적 참화 를 겪은 일본 국민들의 그 참혹한 기억이 남아있는한 非核원칙의 포기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韓日포럼에서는 이 문제가 나오자 일본의 여러 정당소속국회의원과 언론인들이 너도 나도 나서서 우리측의 그러한 우려를씻기에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平和國家에의 결의를 역설하기도 하고,일부에서 그런 책동을 하더라도 일본 국민 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도 하고,또 입으로만이 아니라 그런 오해를 받지 않을 객관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도 제시했다.심지어 북한이 설혹 핵무기를 몇개 보유한다고 해도 일본은 美國의 核우산에 의존하지 핵무장은 하지 않을 것 이라고 장담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 시찰단의 東京간담회에서도 일본 관계자는『核비확산조약의 무조건 무기한 연장을 지지한다는게 日本정부의 정책』이라고못박았다.일본 내에는「기한부연장」을 주장하는 의견도 일부 있으나 NPT의「연장」자체에는 의견 일치가 이뤄져있고,정 부로서는무기한 연장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였다.그는 NPT가 일종의 不平等조약인데도 일본인들이 별 異論 없이 받아들이는데서 핵문제에 관한 특별한 정서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현재로선 非核원칙 고수에 대한 이들의 의지나 진지성을 의심할필요는 없을 것이다.일본은 전쟁과 군사력을 통해 오히려 잃었던것을 평화와 경제력을 통해 얻었다.전쟁을 혐오하고 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冷戰체제의 해체로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더구나 일본은 이제 경제적으로 超강대국이 되어 있다.지켜야 할 것이 많아졌고,경제적으로 이해가 부딪치는 미국에 安保를 완전히 依託할수만도 없게 되었다.
또 강대국이 된만큼 국제적으로 책임도 커지고,기여해야 할 몫도 커가고 있다.현 일본 정치의 기획자로 불리는 오자와의「普通國家」論이 나오게 되는 배경이다.
이런 急變상황에서 불거진 북한의 核및 미사일 개발계획이 일본의 우려를 자극하리라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英국방부 비밀보고도 이것이 일본으로 하여금 종전의 非核입장을 포기하도록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선데이 타임스紙는 전 했다.
일본측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일본측 입장은 세가지로 요약된다.첫째,北의 의도는 외교카드 활용用만이 아니라 핵무기 보유에 있는 것 같다.둘째,아직은 핵무기를완성하지 않은 듯하나 진짜 없는지는 확인해 봐 야 겠다.셋째,核문제 해결 없이도 修交교섭은 하지만 교섭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거나 국교 정상화를 할 의사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核도미노」가 더 걱정 아직은 北-美교섭과 남북한 대화, 그리고 국제사회의 압력을 지켜보며 거기에 同參하겠다는 입장이다.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이 無爲로 돌아가고 북한의 核위협이 현실화할 때 일본 국내 기류가 어떻게 바뀔지는 예상하기 어렵다.자칫하면 우리는 美.러.中과 日.北韓등 5개 핵보유국 틈에 유일한 非核國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 核자체도 큰 위협이지만 그것이 가져올 「核도미노현상」은더 큰 걱정거리다.
〈論說主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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