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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리 더 달라" 부서끼리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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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평가를 잘 받아 살아남기 위해선 한눈을 팔 여유가 없다."(대구시청 문화산업과 김준호씨)

울산발 인사 실험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핑퐁식으로 미루던 업무를 서로 맡겨 달라고 나서고, 기한 내 업무 처리를 위해 퇴근시간이 지나도록 일에 매달리고 있다. 시민들도 크게 환영하고 있다. 1월 업무 성과와 근무 태도를 누적 점수로 매겨 특별 승진과 퇴출자 선정 기준으로 적용하는 새 인사시스템 도입을 발표한 경북 영덕군. 지각.무단결근이 자취를 감추고, 매년 상반기 5~6명이던 음주운전자도 1명으로 줄어들었다. 절반만 참가해도 성공이라던 교육.행사 때도 100% 참석률을 이어가고 있다. 5월 2일 건설과가 매주 하루(수요일)를 퇴근시간에 상관없이 지체된 업무를 마칠 때까지 근무하는 '집중근무의 날'을 정하자 곧바로 13개 부서 전체가 뒤따랐다.

7급 직원 장모(40)씨는 "2월 산불끄기 소집 때 불참한 사람들이 무더기 감점을 받고 그 직후 업무보고가 늦은 읍면동 직원 6명이 감점 처리되자 군청 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경남도청 민원실 집단민원담당 김순희(38.여)씨는 최근 사천시 송전리 주민 13가구로부터 '남강댐 방류로 인한 곤양천 주변 주택침수를 막아 달라'는 민원을 접수받은 직후 깜짝 놀랐다. 민원을 배당할 부서를 찾고 있는 차에 치수과에서 스스로 알고 달려와 낚아채듯 서류를 가져갔던 것.

김씨는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월평균 50여 건이나 되는 집단 민원이나 여러 부서에 걸치는 복합 민원은 부서끼리 서로 핑퐁식으로 미뤄 애를 먹었는데 요즈음은 서로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도 많이 달라졌다."행사와 관련해 시청에 문의했더니 일과시간이 끝났는데도 성심성의껏 처리해 주고 전화까지 걸어서 결과를 알려 주시니… 공무원들이 그냥 세금(봉급)을 받는 게 아니더군요."(옥창호)

올 상반기 울산 시민들이 시청 홈페이지에 올린 공무원 칭찬 글 102건 가운데 일부다. 지난해 같은 기간(29건)에 비해 3.5배 늘어났다.

김상진.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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