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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세계축구다>독일-강하지만 난공불낙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미국월드컵 C조에서 우리와 마지막 경기를 가질 독일은 분명히한국보다 한수 위에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감히 難攻不落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독일대표팀은 지난해 12월 미국.멕시코에서 연습경기를 가졌었다.결과는 미국에 1승,멕시코에 1무,그리고 아르헨티나에 1패를 기록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은 역시 세계최강으로 평가되고 있고 나 자신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고 있지만 독일축구를 쭉 지켜봐온 나로서는 결코 강한 인상을 받지못했다.
우선 독일하면 사람들은「독일전차」로 불리는 로타르 마테우스를떠올린다.
4년전 이탈리아 월드컵대회 때의 그의 모습은 분명히「독일」그자체를 연상시킬만큼 패기에 차있었고 의욕적이었다.그 이전에 내가 보았던 어떤 마테우스보다 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는 게임메이커라는 고유의 포지션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는 여전히 필드의 사령관을 자처하고 있으나 소속팀이나대표팀의 감독은 리베로로 내려앉히려는 입장이어서 잡음 또한 끊일 날이 없다.
세계적인 명문클럽인 이탈리아 인터밀란으로 옮겨 돈도 많이 벌고 이혼하고 또 미스 스위스와 재혼하고,무릎수술하고… 이러다보니 그도 이제 32세가 되었다.아무래도 이전만 못하다.
베르티 보크트 독일대표팀감독은 최근 축구잡지와의 인터뷰에서『마테우스는 리베로』라고 다시한번 못박았으나 이 문제가 얼마나 매끄럽게 넘어갈지 흥미롭다.
그 다음으로 독일대표팀이 안고있는 문제는 아직도 전임감독인 베켄바워의 그늘에 가려지고 있는 보크트감독의 위상이다.
그 또한 74년 월드컵 우승당시 독일대표로 뛰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너무 평범한 성겪탓인지 매스컴이나 팬들은 그를 미더워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협회는 보크트에게「감독 자신이 그만두고 싶을때까지」라는 기간을 정하지 않는 파격적인 계약을 해주었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감독의 위상을 높여준 것이다.
그 결정은 감독 자신은 물론 대표팀의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독일축구협회의 프로다운 결정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독일대표팀은 4년전 멤버중 절반가량이 새로워졌다.
루디 뮐러나 리트르바르스키 같은 30대선수들이 대표팀을 사양하는 입장이고 그 대신 분데스리가 1위를 달리고 있는 레버쿠젠의 투톱인 키어스텐.톰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주전으로 뛰게될 투톱은 클린스만.리들레가 될 것이다.
나는 한국팀이 독일을 이길 수 있다고 차마 얘기할수는 없다.
그러나 독일은 공격라인 구성에 문제가 있고,또 지난대회 때는독일대표팀 주전중 5명이 이탈리아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었지만 미국은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낯설은 곳이다.
독일대표팀은 포지션에 따라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경기를 하는 선수가 그때그때 보충되기 때문에 독일팀의 이런 변화를 늘 주의깊게 살펴야 할것이다.
독일은 한국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설사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부끄럽거나후회스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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