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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독.소아마비.구루병 사라지고 나병환자도 더물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산모를 살리느냐 태아를 살리느냐」 고민에 빠진 의사와 애타게 회복을 기다리는 남편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난다.그러나 갸날픈 미모의 여주인공은 자신이 죽더라도 아기는 꼭 살리겠다고 결심하고 임신중절을 거부한채 조용히 눈을 감는다.
과거 멜러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장면으로 여주인공은 임신때문에 생긴 고혈압증상으로 중절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하지만 이러한 임신중독증은 생활수준향상에 따른産前관리강화와 의학의 발달로 환자수가 격감해 이 미 옛말이 돼버렸다.이젠 병원에서 연구용케이스를 찾기도 어려울 정도며 용어만 임신성고혈압으로 바뀐채 남아있을 뿐이다.
이렇게 제법 귀에 익숙했으나 우리주위에서 사라져간 질환들에 대해 알아본다.
20세기 의학의 최대성과는 항생제와 예방백신의 개발로 세균을제압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이에따른 감염질환의 감소는 인류평균수명을 두배이상 연장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 정도다.
과거 신생아중엔 낳은지 며칠 안돼 턱과 목이 뻣뻣해져 젖을 빨지 못하고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하는 파상풍환아가 많았다.불결한 가위로 탯줄을 잘라 생기는 이 질환은 지난 89년이래 더이상 발생례가 없을 정도로 격감했다.소아마비.디프 테리아.일본뇌염.말라리아도 1년에 한두명 생기는 정도며 장티푸스.콜레라도환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가장 완전하게 사라진 대표적 질환은 천연두로 이미 우리나라에선 60년이후 발생보고가 없으며 76년엔 세계보건기구가 천연두박멸을 공식선포한 바 있다.
그나마 연구용으로 냉동보관중인 천연두 바이러스마저 내년엔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美의학계 발표도 있었다.
문둥병으로 알려진 나병 역시 거의 찾아볼 수 없다.현재 2만2천여명의 환자가 격리수용돼 있으나 절반이상이 60세이상 고령환자며 새로 발생하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는 것.
우리나라의 대표적 심장판막질환인 류마티열 또한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질환이다.이는 류마티열의 원인이 되는 성홍열과 같은 감염질환을 앓는 어린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감염질환이 다 사라져가는 것은 아니다.간염과 에이즈는 확산일로에 있는 대표적 질환으로 이들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며 따라서 항생제로도 죽지 않는다.
서울大의대 李煥鍾교수(감염소아과)는 『요즘은 폐렴도 과거완 달리 세균성보다 바이러스성이 많다』며 『바이러스에 대해선 특효약이 없으므로 평소 건강관리로 면역기능을 높이고 위생에 주의해감염경로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비타 민결핍증과 같은 영양부족으로 생기는 질병도 이미 임상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야맹증(A),각기병(B),잇몸에서 피가 자주 나는 괴혈병(C),뼈가 약해 허리가 굽는 구루병(D)등 학교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던 이같은 결핍증이 거의 자취를 감 춘 것이다.그대신 너무 잘 먹어 생기는 소아비만.당뇨등이 문제되고 있다는게 李교수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질병발생양상의 변화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질병 발생양상도 선진국형으로 이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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