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황장엽 訪中 개방 신호일까-핵협상 종결과 맞물려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北韓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겸 노동당비서 黃長燁의 訪中은 美國과 北韓간의 핵문제 협상이 고비에 도달해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만하다.
金日成의 訪中협의설,북한의 개혁개방결정설,핵협상 종결임박설등黃의 訪中을 놓고 예측이 분분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일단 黃의중국방문은 核문제매듭을 중국측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데는 대체로 분석통들이 의견을 같이한다.북한에서 이념 및 사상분야를 담당해왔던 黃이 핵문제를 중심으로 한 대외관계에 등장한 것은 북한의 내부정세와 관련해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黃은 북한 내부에서 미국측의 밀사인 그의 고교동창(평양제일공고)출신 재미교포鄭모씨와 그동안 물밑으로 美-北韓 핵문제 협상의 핵심역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직접관여를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의 정세판단에 따라 20여년전부터 기술자를 파견하는 등으로 이를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은 정세변화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자세전환을 했지만 북한에 대해 발목을 잡혀 있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북한으로서도 핵정책상의 주요 결정사항을 중국측과 논의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黃의 방중을 北-日수교협상의 개시를 앞둔 행보로 보는 견해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지난해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으로 선출된 黃이 원래「日本通」이기 때문이다.
黃이 외교위원장 직책만 가진게 아니라 당내의 對日관계 책임자자리에 있다는 북경소식통의 관측을 감안하면 黃이 이번 방중기간에 수교협상 재개의사를 이미 밝힌 일본측과 협의할 가능성도 크다. 黃의 이번 방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북한의 본격적 대외개방 신호여부다.
특히 개방파인 경제협력추진위 金正宇위원장등의 중국방문이 예정돼 있어 북한의 정책변화 조짐으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다.그러나 북한이 中國식의 전면개방을 시도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우세하다.
수시로 대외개방책을 비쳐왔던 북한은 아직도 핵문제의 최종 타결을 남겨두고 있는 국면에서 대대적 개방책을 동시에 진행시킬 정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8월 20여개 분야에 걸쳐 중소규모의 중국개방지역을 샅샅이 조사하는등 개방에 대비하는 작업을 벌여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중국과 같은 시장경제를 도입한 개방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무리가 많다.중국은 인민공사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농업개혁에 성공,「중국식 개방」의 밑바탕으로 삼았지만 북한이 현재의 협동농장제도와 전인민소유제 방식을 해체할기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1~2년내에 부분적인 개방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일단 상당한 현실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측은 이미 북한의 제2도시인 新義州의 대안도시인 丹東을 지난해부터 국제항으로 개방했으며 이는 신의주를 하나의 개방권으로 묶을 계획아래 북한측과 교감이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이와 함께 東海岸에는 5천t급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新浦港이 개방항으로 유력하다는 것이다.
黃의 중국방문이 얼마만한 의미를 가질지는 그가 어떤 사명을 띠었는가에 달려있다.그러나 黃의 방중이 金日成의 중국방문으로 이어진다면 북한핵문제 해결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해진다.이렇게 될 경우 북한의 對美.對日 관계도 중국의 중재로 모양새를 갖춰가며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北京=全擇元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