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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야놀자] 리츠, 위기는 넘겼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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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해까지 급등세를 보였던 글로벌리츠가 올 들어 ‘죽 쑨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습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50% 이상의 수익을 내는 동안 최대 10% 전후의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의 모기지 사태에 직면해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수익률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리츠, 즉 부동산펀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펀드가 부동산에 투자하는 과정과 리츠의 거래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리츠는 일반 주택이 아니라 주로 오피스빌딩·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로 일반 기업처럼 증시에 상장돼 있습니다. 처음 리츠를 설립할 때 자금을 넣은 투자자들은 일반 펀드와 달리 환매가 금지된 대신 리츠 주식을 증권시장에서 팔아 현금을 회수해야 합니다.

 리츠는 통상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는데, 금리가 오른다면 수익성이 나빠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리츠의 수익률은 선진국의 장기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러나 리츠의 장기 수익을 결정짓는 더 중요한 요인은 실물경기입니다. 실물경기가 악화되면 사무실 수요가 위축되고 임대 수입이 줄어들어 리츠의 수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 리츠의 수익률을 끌어내린 것은 실물경기 위축이 아니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입니다. 모기지 사태로 금리 급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리츠 주식을 증시에서 매도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책 금리의 잇따른 인상에도 꿈쩍하지 않던 미국 재무성 10년 만기 채권금리가 6월 13일 장중 한때 5.33%로 연초 대비 0.6%포인트가량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리츠의 가격이 주식시장 충격에 앞서 반응했던 것입니다.

 반가운 소식은 미국 및 유럽 각국의 자금 공급 확대로 미 재무성 채권금리가 연초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때를 같이해 리츠의 수익률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기지 사태의 파장이 단기적인 신용시장 위축 정도로만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일련의 사태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은 분산 투자의 중요성입니다. 글로벌리츠는 한국 주식과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지난 10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을 낸 좋은 투자 대상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투자 대상이어도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여 놓지 않으면 언제든지 큰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는 투자 원칙을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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