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해외투자 「두마리 토끼잡기」/재무부 올 업무계획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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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정·세제 아직도 기존틀 고수/외국기업에 동남아국 수준까지 각종 혜택/우리 기업도 밖으로 뛰게 규제 대폭 완화
미일 등 경제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경제」라 할 수 밖에 없는 한국경제가 「열린 경제」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마주치는 가장 큰 문제는 통화·환율·금리 등의 정책변수가 자꾸 우리 손을 빠져 나간다는데 있다.
재무부의 올해 업무계획을 보면 이같은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다.
변동환율제도를 택하고 있는 나라가 물가오름세를 잡으려고 통화를 엄격하게 조였다가는 국내금리가 오르고 이는 다시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결과가 되어 환율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의 입장이 바로 그렇다.
모처럼 수출이 회복되려는 마당에 한국 증시를 바라보고 들어오는 달러 때문에 속절없이 원화가 큰폭으로 절상되었다가는 「찬물」을 뒤집어쓰고 말 것이라는데 가장 큰 고민이 있는 것이다.
해외증권 투자확대,외환관리법의 체제개편,환율변동의 확대 등 외환분야에서의 올해 재무부 업무계획은 형식상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규제완화」의 틀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이같은 우리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한국은행이 재무부의 업무계획에 맞춰 발표한대로 올해 경제의 안정기조 등을 생각하면 총통화증가율을 14∼17%선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정책목표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원화의 절상을 피하려면 외환쪽의 규제를 대폭 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다 그간 폐쇄적으로 운용되어왔던 외국인 투자유치나 외국자본 도입 등도 세계화 추세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인 만큼 올해는 규제를 풀면서 외화의 들락거림을 어떻게 잘 조절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일 수 밖에 없다.
비록 규제완화·실명제의 정착·세정의 합리화·국제화 등이 매우 중요한 과제지만 경제의 거시변수 수단을 다 쥐고 있는 「금고지기」인 재무부로서는 사실 이같은 거시변수의 조화 이상 더 중요한 과제는 없다.
이제와서 이런 고민을 하느니 진작 통화관리 방식을 개편하고 금리자유화 등의 조치를 취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새삼 들지만 바로 1∼2년전만해도 인위적이라도 좋으니 금리를 내리기만하라는 식의 「정치적 압력」이 상존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결국 우리 모두의 우물안 개구리식 발상이 문제였던 셈이다.
올해도 그런 갈등은 여전히 눈에 띈다.
개방경제 아래서 통화량보다는 금리가 더 중요한 정책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논의는 활발하지만 올해도 역시 「금리보다는 통화량」이라는 식의 정책목표가 한은이나 재무부에 의해 제시되었다.
하루 아침에 바뀔 문제가 아니고 보면 11일의 올해 경제운용방향에서 통화량 목표선이 빠진 것만 해도 많이 달라진 것이라고 평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은이 올해 통화목표를 지키느냐,못지키느냐는 한은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들어올 외화의 양에 달려있고,바로 이 때문에 개방경제 아래서는 갈수록 통화량이 정책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잃어간다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재무부의 올해 업무계획은 우리나라와 외국 사이에 놓여있는 각종 금융·자본거래의 장벽을 허물어뜨림으로써 국제화·개방화시대에 대응한다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다 「규제의 온상」이라는 지탄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재무부로서는 외환부문외에 금융 등 다른 분야에서도 「규제완화」를 앞세워 가급적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고 있다.
외환관리법에 대해 아예 「5년내 폐지」를 못박은 것 등이 그런 예인데 정부는 이 법을 없애는 대신 최소한의 필요한 규정들은 외환법 등을 새로 만들어 대처한다는 발상이다.
또하나 주목할 것은 외국인투자 부문이다. 외국기업에 대해 문을 여는 정도가 아니라 큰 혜택을 제시,동남아 각국 수준의 세제·금융지원 등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합리적인 세정을 마련한다는 것외에 더 적극적인 세제개편의 의지가 담겨있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외환·금융·투자 등 다른분야는 그래도 유연한 사고로 개방에 대비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유독 재정·세제부문 만큼은 여전히 세입내 세출 원칙속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지키고 있다.
개방이 진전되면 어차피 국내외 세율격차를 없앨 수 밖에 없는 만큼 실명제나 재정요소에 맞춰 세제의 대대적인 개혁을 미리 구상해보아야 할 것이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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