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백경>16.손들기위해 여는 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國民黨은 세금이 너무 많고,共産黨은 회의가 너무 많다』는 말대로 中國엔 회의가 과연 많다.멀쩡한 주중의 오후에 문을 닫는 관공서가 많다.일주일에 한 두번씩 주간회의가 열리기 때문에일을 보지 않는다.
회의는 일상생활의 관행으로 굳은지 오래다.반드시 중요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회의를 한다.마을이나 직장이나 국가대사에 이르기까지 회의의 연속이다.그러나 개인적 주장이나 발언은 없다.한잔의 차,신문이나 교재를 놓고 위에서 내려온 주제를 받아 적거나연사의 발언을 듣고만 있으면 된다.
국회에 상당하는 전국인민대표들의 회의건,시골농부들의 회의건 마지막에 손을 높이 드는 것으로 끝나기는 마찬가지다.회의란 사실상 이름뿐이다.자리를 채우고 있기만 하면 된다.
北京의 한 중학교에서 전교생이 모인 회의가 열렸다.주제는 야외로 나가는데 점심을 뭘로 먹을지 결정하는 것이었다.선생님의 지도로 회의는 2시간이 걸렸다.그러나 학생들은 다시 모여야 했다.여행 목적지를 결정하는 회의를 또 해야하기 때 문이다.
「반부패 운동」에 관한 회의를 열라고 상부 지시가 전국적으로내려졌을 때다.北京의 한 대학에서 며칠째 난상토론을 벌이던 참석자들이 갑자기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한 두시간이면 족할 내용이 일주일에 반나절씩 3주째로 접어들자 참석자들은 불현듯 반부패가 떠들어댄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며 자신들과는 거리가 너무 먼 것임을 이심전심으로 느끼게 되면서 모두 벙어리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한 직장의 당원과 비당원 직원이 함께 회의에 들어가면 더욱 중국적인 상황이 빚어진다.비당원이 발언할때 나이가 든 당원들(대부분 경제지식이 없다)은 자신의「經典」을 들여다보거나,속으로딴 생각하거나,졸거나,담배피우고 차를 마신다.회 의중에 손톱깎고 귀후비는 것도 인내심이 강한 축이다.아예 바깥으로 나가「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반대로 당간부가 이야기하면 비당원인 직원들은 아주 잘 경청하는 표정을 짓는다.경우에 따라서는 감탄하고 웃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
결국「중국식 회의란 위에서 아래쪽으로 무너져내리는 도미노같은것」이다.전국 각지에서 대표들이 北京으로 모여들어 열리는 갖가지 중앙회의도 모두가 열심히 노트에 받아 적는 공통점을 보여준다.그리고 주석의 손이 번쩍 올라가면 일제히 손 들이 올라가는것이다.통과다.12억 인구가 많다고 하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누가 감히 혼자 손을 올리지 않을수 있겠는가.
[北京=全擇元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