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의 기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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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떤 사람의 우열을 판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을 평가하는데는 능력이나 성품 등으로 대상에 대한 관점이 갈리고,또 관점마다 어떤 잣대로 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갈공명 같은 지략가도 『사람의 성품처럼 알기 힘든 것은 없다』고 장탄식했다.
우리가 국민학교 때부터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교육단계마다 시험을 치르는 것은 결국 많은 경쟁자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또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시험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는 자만이 승자이며 다음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험들이 어떤 사람의 전인격과 능력 또는 잠재능력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완벽한 전형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지금까지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차례 바뀌어 왔고,다음번에도 다시 바뀌기로 돼있는 현행 대학입시제도가 바로 그 불완전성을 입증한다. 그러나 어떤 입시제도일지라도 시행되는 그 당시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전제 아래 실시되는 것이다.
전반적인 문제점은 고사하고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자. 예컨대 어느 대학의 입시결과 1백50점이 커트라인으로 걸렸다고 치자. 낙방생 가운데는 1백49점도 있을 것이고,극단적인 경우는 1백49.9점을 받고도 낙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1점 또는 0.1점 차이로 한사람의 일시적인 희비뿐만 아니라 장래가 엇갈린다는 것은 사실상 큰 모순이요,낙방생에겐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로서는 그것이 입학사정의 기준이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이화여대는 이번 입시에서 미달사태를 빚은 학과의 응시자중 「수학능력부족」을 이유로 78명을 불합격시켰다. 추가모집을 해서라도 성적이 더 좋은 학생을 모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은 거센 반발을 보이며 합격자 사정기준의 공개를 요구하고 제소할 움직임마저 보인다고 한다.
이대는 신입생 모집요강에 「성적이 현저히 떨어질 경우 불합격시킬 수 있다」고 분명히 밝힌바 있다. 「현저한 차이」라면 1점이나 0.1점 차이의 경우보다 우열의 판별이 훨씬 용이했을 것 같다. 또 낙방생 입장에서도 덜 억울할 것 같고…. 판별기준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대학 자체가 지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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