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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가스폭발사고(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가 「생활개혁」의 일환으로 후진국형 인재추방을 다짐하고 나자마자 가스폭발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위험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9일의 광주 무등주유소 사고는 취사용 LP가스가 폭발해 일어났다. 여수 중앙하이츠아파트 가스폭발 사고는 도시가스가 폭발한 것이었다.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이나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가스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안전지식 부족,가스공급 시설과 기구의 불완전이 그 원인의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는 이미 보편적인 생활연료가 되어 있다. 도시에선 취사용·난방용으로 쓰인지 이미 오래되었고,그 편리성과 경제성 때문에 갈수록 연탄이나 기름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보급만 확대되고 있지 사용자도,공급자도,가스시설 설치자도 그에 따르는 위험성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편이다. 군이 어느 쪽을 지적할 것 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가스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
이번 사고 말고도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도구간에서 발생한 아파트 가스누출도 그 좋은 보기다. 한강 지하터널공사로 그 지상에 있는 목화아파트의 가스관이 뒤틀려 가스가 누출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그러나 서울지하철본부는 주민들이 농성까지 벌인 뒤인 지난해 12월28일에야 가스안전공사에 확인을 의뢰했다. 그 사이에 폭발사고라도 일어났으면 어쩔뻔 했는가. 행정당국조차도 가스의 위험성에 이처럼 둔감한 것이다.
정부가 가스사용이 이제는 보편화된 만큼 그 안전한 사용법과 위험의 감지방법 등에 대해 반복적인 국민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가스안전공사 등은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 설립된 정부 기구다. 그러나 계몽교육은 충분하지 않다.
또 계몽교육만으로 끝낼 일도 아닐 것이다. 주유소 등 위험업소·아파트 등 집단주거시설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점검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당국이 자주 일제점검을 할 수 없다면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체제를 갖추게 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안전책은 가스공급시설이나 가스사용기구 자체가 안전하게 설계·제작되는 것이다. 국민도 가스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어야겠지만 모든 국민이 높은 안전의식과 지식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시설이나 기구가 웬만한 부주의나 무신경에도 안전하고,위험시에는 자동적으로 경고를 해줄 수 있게 설계·설치·제작되는게 중요하다. 실제로 가스사고는 취급부주의만 아니라 부실시공이나 기구불량 때문에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후진국형 인재추방이 구호로 이루어지는건 아니다. 문제의 근본을 정확히 진단해 추출된 문제점을 차근차근 제거해 나가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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