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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眼의 영국화가 3명의 작품-1910년대 서울 그림발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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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碧眼의 이국인에게 비친 1910년대의 서울 풍속을 전해주는 새로운 미술자료들이 발굴됐다.
창간 5주년 특대호를 발간한 『월간미술』 1월호는 엘리자베스키스.콘스탄틴 테일러.E H 피 추등 1910년대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작가 3명의 작품 31점을 새로 발굴,소개했다.
프랑스 툴루즈대학에서 미술사 전공 박사과정중인 홍원기씨가 찾아낸 이 자료들은 우리 눈에도 흥미진진한 1910년대 서울의 풍물.풍습.생활상등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국화가들이 한국의 풍경.인물을 화폭에 담은 사례는 미국화가휴버트 보스의 舊韓末 高宗御眞과 프랑스함대를 따라온 종군 삽화가들의 스케치등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데 일제시대 초기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류화가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년)는 1919년 3.1운동 직후부터 1936년까지 네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1921년과 1934년 서울에서 두번의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작가임이 이번에 새로 확인 됐다.
『월간미술』이 게재한 키스의 작품은 수채화.스케치. 동판화.
목판화등 모두 27점이다.뛰어난 묘사력과 장식적 색채감각을 가진 키스는 서울의 당시 풍물뿐만 아니라 원산.함흥. 평양.금강산등을 여행하면서 현장에서 그린 스케치도 남겼다.
『올드 코리아』란 책에 수록된 키스의 작품은 갓집을 매단 종로통의 갓전모습,큰 화덕 옆 평상에 걸터앉거나 땅바닥에 앉은채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음식점 내부모습등 당시 서울의 모습과 관련한 풍속적 흥미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키스는 『올드 코리아』 서문에서 『이 그림들을 통해 옷.집.
풍습,그리고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문화를 바르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적고 있다.키스는 일제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은 김윤식의 초상을 남기기도 했다.
김윤식이 죽기 1년전인 3.1운동직후 그려진 舊官服차림의 『자작 김윤식』초상은 넋이 나간듯 생기없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어 나라를 팔아넘긴 노회한 정치가가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후회하며 말년을 회한.고독속에 보냈음을 알게 해준다.
키스가 남긴 『동대문』『해돋이』『장례에서의 귀가』등 목판화는1915년이래 10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일본판화수업을 받은 그녀의 경력을 반영해 대상의 간결한 묘사와 산뜻한 색채감등 일본 채색판화의 분위기를 짙게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콘스탄틴 테일러 역시 스코틀랜드출신의 여류화가로 그녀는『한국인들-한 스코틀랜드 여성의 인상기』『한국』등 두권의 저서에서 한국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테일러는 1920년대 한국방문때 초상화가이자 삽화가로 알려진피추를 동행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녀의 작품으로는 『어린 신랑』『한국소년들』등 유화 2점이 소개됐다.
또 피추의 작품으로는 덕수궁내의 모습인 『서울 궁궐안의 연지』와 전차 길이 놓여진 『돈의문』등 3점이 소개됐다.
이번『월간미술』에서 발굴한 영국작가들의 작품은 사진으로만 남은 일제초기의 서울풍경을 보여준다는 점 외에도 서양인에 의한 미술전시회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던 사례에서 보듯 근대미술사 연구에서 작지만 소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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