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 경제 어둡지만 않다/노무라연 연구원 분석,외지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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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득세 크게 줄고 엔약세로 회복기미/부진한 개인소비·정치불안이 걸림돌
올해의 일본경제는 보다 침체가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유력 경제연구소인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스즈키 요시오(영목의웅) 수석연구원은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지에 기고한 「94일본경제 전망」에서 이같이 진단하고 회복의 가장 큰 동력으로 소득세의 감세와 엔화의 약세를 들었다.
스즈키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불황은 2차대전 이후 겪은 불황 가운데 가장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올해에 또 다른 국내총생산(GDP)의 감소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의 근거로는 개인소비의 감소를 들고 있다.
일본의 개인 소비는 1년전부터 꾸준히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개인소득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실업률도 지난 86년 최고치 3.1%보다 낮은 2.7%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황이 상당히 깊게 진행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함께 정치개혁과 쌀시장 개방 같은 정치적인 문제들이 경제문제에 우선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개혁의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경기회복의 또 다른 장애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50조엔에 달하는 소득세 감세를 올해 예산에 반영할 예정으로 있어 이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개인 소득세의 20%정도를 삭감,2% 정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와 부진한 소비를 부추길 계획이다.
일본경제 회복을 위한 또 다른 청신호는 엔화의 하락이다. 지난해 엔고의 급격한 상승은 자동차·전자제품 등 이미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수출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지난해 8월에는 달러당 1백엔 가까이까지 상승했었다.
경기회복의 주요한 변수인 엔화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엔고에 대비해 일본업계가 국내생산을 줄이고 해외생산을 늘리는 등 그동안 많은 대비를 해왔다는 점이 그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해 엔고를 부추겼던 것은 미국과 독일의 낮은 이자율이었는데 올해 일본의 이자율은 경기침체로 인해 당분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낮은 이자율은 경기회복으로 인해 높아질 미국의 이자율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엔화를 약화시킬 것이 확실하다.
또 다른 희망적인 조짐으로는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총리가 경제규제 완화를 외치고 나온 점이다. 이같이 소득세 감세와 엔저,경제규제 완화 등이 이루어질 경우 지난 3년간 치열한 구조조정을 실시한 기업들의 수지가 좋아져 경기회복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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