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무기 수입때 부당수수료 잦다/감사원이 밝힌 「중개상이용」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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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0만달러 이상 구매때도 중개상 거쳐/계약이행 책임불명… 법적대응 어려워/탈세 막게 국내지시와 직접계약 필요
율곡사업 특별감사와 관련,해상초계기(P­3C) 도입 사업에서 수수료 이면계약에 의한 거액의 국고손실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외국무기 도입때 외자조달 규정이 대부분 무시돼 국내 무기중개상(무역대리점)에 부당한 수수료가 지급됨으로써 무기가격이 상승하고,부조리 개입 소지를 제공하는 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6일 국방 군수본부에 대해 지난해 실시된 감사원의 율곡사업 집행 및 중개상 이용제도 감사결과에서 밝혀졌다.
◇부당한 수수료 지급=감사원은 88년부터 92년까지 군수본부가 체결한 1백건 25억2천여만달러 규모의 무기도입계약 가운데 83%인 83건(계약액 기준 98.3%,24억7천9백만달러)에 대해 3천6백여만달러(한화 2백88억원)의 중개상 수수료를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율곡사업 집행방침과 외자조달 규정에 따르면 무기구매는 외국 생산업체와 군수본부의 직접협상·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10만달러 미만의 소량 구매때만 중개상을 이용토록 하고 있어 이같이 마구잡이로 중개상 수수료를 인정한 것은 국고손실일 뿐만 아니라 무기가격 상승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무기도입의 경우 단일 사업규모가 커 수수료도 엄청난 액수가 되기 때문에 이같은 부당 수수료가 계약과정에서의 로비자금이나 뇌물거래 등 부조리와 직결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지적되었다.
감사원은 또 군수본부가 외국정부와 직계약(FMS방식)으로 무기를 들여올 경우 국내 중개상 수수료가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으나 무기 생산업체가 중개상과 이면계약을 맺어 90년 7월 UH60L헬기 도입 당시 중개상인 H트레이딩에 30만달러의 수수료가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외국 생산업체가 국내에 법인 형식의 지사를 두고 있음에도 중개상을 개입시켜 본사와 계약토록 함으로써 국내 지사와 계약했을 경우 부과할 수 있는 국내 원천소득에 대한 과세를 불가능하게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와관련,군수본부는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는 미국 록히드사 등 11개사는 19건 12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에 개입한 국내 중개상 9명에게 1천7백여만달러의 수수료 지급을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 허점=감사원은 군수본부가 국내 중개상을 인정한 경우에도 계약내용에 통일성이 없고 계약이행 책임 한계가 불분명해 이행책임에 관한 법적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계약이 ▲중개상 수수료 인정,계약이행 공동책임 서명 ▲중개상 표기없이 수수료 인정,이행책임 미약점 ▲중개상 수수료 인정,이행책임 미약정 ▲중개상 표기없이 수수료 인정,이행책임 개인서명 등 제멋대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89년 7월 네덜란드 시그널사와의 음향탐지장비 도입계약때 중개상인 K통상에 수수료 8억원 지급이 인정됐으나 계약서상에는 K통상이 표기되지 않았고 계약이행에 대한 책임도 약정하지 않았으며 90년 11월 미 록히드사의 해상초계기 도입계약 때 대우에 4백만달러의 수수료가 인정됐으나 대우의 이사가 서명해 개인에게 이행책임이 부과됐다.
이밖에 구매계약때 수수료 지불방법을 약정하지 않은채 계약금 전체를 먼저 제조회사에 지급,중개상은 그뒤 외국으로부터 송금받기 때문에 지급이 지체되거나 외화유출 위험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대책=10만달러 이상의 무기도입은 군수본부가 외국 생산업체와 직접협상·계약하도록 한 원칙을 준수해 국내 중개상 수수료를 절감하고 외국업체의 국내 지사가 있는 경우 지사측과 협상·계약해야 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소액거래의 경우 외국 생산업체의 보증하에 국내 중개상과 거래하도록 하되 정상적인 수수료는 국내에서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특히 음성 로비활동 등 거래질서를 위반한 중개상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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