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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개방 전진기지(밖을 보자: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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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방 홍콩 건설” 꿈부푼 대연/고속도·대저수지 건설 한창/성과급 주는 사회주의 국영기업/기관차공장 만명이 연 천대 생산
중국은 거대한 공룡처럼 느리지만 엄청난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한해 냉장고 수요가 한국 전가구의 냉장고 보유수와 맞먹는 9백만대라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중국시장은 광대무변하다. 79년 개방을 선언한 이래 「13년간의 모색」 끝에 지난해에는 13%라는 세계 최고의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특별구·개방도시·경제기술개발 연구 등으로 불리는 해안도시의 시험적인 개방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고 이 전략을 삼연(연해,연변∼국경지대,연강∼양자강 유역)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중국의 경제개발이 내륙으로 방향을 틀어 전국화하고 있는 것이다.
『파대연건성북방적향항』(대연을 북방의 홍콩으로 건설하자)­.
중국 개방의 선도역할을 해온 대연의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방문객들의 시선을 붙잡는 구호다. 공항활주로의 여객기 정지지점과 입국수속을 밟는 건물 사이의 입식 간판위에서 사회주의 특유의 붉은색 글씨로 큼지막하게 써놓은 「선언어」다.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 시내 곳곳의 산 중턱마다,대형건물 옥상과 벽면에 대형간판과 플래카드로 「북방향항」이란 캐치프레이즈가 요란하다.
대연이 이토록 홍콩을 외치는 것은 우선 가시권내에 접어든 환황해 경제권에서 대연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가위 독보적이란 점을 들 수 있다.
대연은 중국을 남북·동서로 관통하는 혈맥의 심장부다. 3백75㎞의 장대한 길이로 쭉 뻗은 심양∼대연간 고속도로는 북방을 지향하는 대연의 힘찬 몸짓이다. 그러나 이는 남북을 잇는 중국 최대의 고속도로망을 구성하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21세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남북공로망」(남북관통고속도로) 프로젝트는 흑룡강을 출발,심양∼대연∼상해∼영파∼하문∼광주∼해운∼해남도를 연결하는 명실상부한 관통로다.
90년 대연∼심양구간 완공에 이어 심양∼장춘∼하얼빈 구간이 곧 착공될 예정이다.
25억위안(2천6백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1차 테두리공사를 마친 벽류하수고(저수지)는 대연의 야심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삽화라 할만하다.
『단순히 수고를 만들어 안정적으로 식수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만으로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수고를 중심으로 국가발전에 영도적인 거대한 관광·레저·오락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시정부의 원대한 계획입니다.』
○관광단지로 조성
저수지공사 건설현장에서 기자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은 「대연건설유한공사」의 장완궈(장만국) 경리(45·부사장)가 밝힌 「꿈의 수고공사」 청사진이다.
중국이 뭘 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진짜 대단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대연은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중국의 경제적 실상은 엄청나게 「평가절하」됐다는 것이 정작 중국을 아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중국은 지난 78년이후 15년간 연평균 9%의 실질 고속성장을 거듭했으나 대외 발표용 1인당 GNP는 78년의 2백37달러에서 92년의 3백74달러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대연시 국가계획국의 완셩쥔(만생군) 부주임은 『중국의 1인당 실질GNP 수준은 단순환율로 환산한 수치보다는 구매력 평가를 고려,약 1천2백∼1천3백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공정환율에 의해 단순환산된 GNP는 중국의 「실력」을 터무니없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세계은행의 로런스 서머스 연구관은 중국의 1인당 GNP는 2천1백∼2천3백달러라고 평가하고 있어 중국의 잠재력이 어디쯤 와있는지 짐작케 한다.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중국의 GNP는 거의 2조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대연 대외경제무역위원회의 자오궈요우(조국유) 처장은 『중국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매년 13%의 고도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조로 성장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5,6년내에 중국의 GNP는 정확히 2배가 될겁니다』고 자신있게 단언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2000년대 초반 GNP 총계로는 세계의 선두그룹에 나선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중국 국영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나 대연에 있는 중국 최대의 기관차 생산공장 「대연기차차량공창」은 그렇지 않은 대표적 국영기업이다.
10만평방m의 광대한 면적에 자리잡은 대연 기관차 생산공장은 종업원만도 1만2천명. 영국과의 합작으로 연간 2백대의 디젤기관차와 8백량의 화물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기관차는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중앙에서도 세심하게 배려하는 전국 최대규모의 공장입니다.』
○전국생산량 50%
이 공장의 류티에빙(유철병) 인사부장(44)은 기관차 생산라인에서 빠져나온뒤 한겨울임에도 구슬땀이 송송 배어나온 얼굴로 말을 시작했다. 『생산대수도 대수지만 합작으로 품질이 고급화된 점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며 가슴을 쭉 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기관차가 낼 수 있는 최고시속 1백20㎞는 중국에서 톱클라스의 성능이라는 것. 기관차 생산공장 판공실(사무실)의 멍칭이(맹경일) 부주임(41)은 『예전의 국영기업을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3년뒤에는 어느 외국 기관차 생산공장과 겨뤄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고 말한다.
이곳의 경영관리는 엄격하다. 그리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세금도 따라서 높아져 평균 세금 흡수율이 90%를 유지한다는 점은 예나 다름없다. 그러나 거실과 부엌·방 3개가 딸린 30여평짜리 아파트(과장급 기준)를 제공받는 것과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비와 병원비 등을 지원받는 이전의 혜택 외에도 업적금제도를 과감히 도입하는 등 환골탈태의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결코 밥은 굶기지 않는다는 「철밥그릇」원칙,어쨌든 월급을 받는다는 「철임금」원칙,결코 실업은 없다는 「철의자」원칙 등 사회주의 3원칙은 여전하지만 여기에 성과급까지 더해진,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낳은 신종 국영기업이다. 3자기업(합자·합작·독자)으로 변신한 국영기업들의 생산성은 놀랄만하다.
현재 중국에 진출해있는 3자기업은 대략 8만여개에 달한다. 중국의 지난해 총수출액은 비공식 집계로 약 1천억달러. 이중 3자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갈증을 모르는 해면처럼 끝없이 외국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92년 외국자본 도입은 무려 6백94억달러로 91년에 비해 3.8배나 폭증했다. 중국은 그들의 엄청난 잠재력으로 이런 외국자본을 흡수해 경제성장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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