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경제팀의과제>5.실명제 정착위한 稅政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금융실명제는 우리 경제에선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거대한 실험」인만큼 시행된지 다섯달도 채 못되는 기간만으로 成敗를 속단할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假.借名계좌의 實名 전환 실적과 부동산값.금리의 안정세등을 들어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정작「실명제 실험」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고 볼수있다.
모든 돈에 제 이름을 붙이고 궁극적으로 모든 소득에 대해 공평하게 세금을 매기는「조세 正義」를 실현하자는 것이 실명제의 뜻이라면 국민들이 느낄 세금 부담은 시행 초기를 지난 내년부터서서히 나타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명제 시행이후 지금까지 課標 陽性化의 징후는 잘 보이지 않고 있다.실명제이후 첫 대규모 稅收 행사였던 지난 10월의 부가세 예정신고 실적도 평년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세금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날로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격실시된 실명제가「과거 묻기」에 비중을 두고 초기에 稅政을동원한 탓에 온국민이「자금출처조사」니「증여세 추징」이니 해서 홍역을 치렀다.
많은 납세자들이 과표를 더 노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지만 너무 높게 매겨져 있는 현행 세율 체계 아래서 곧이곧대로 했다가는 사업을 할수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정부는 실명제로 인한 세수 증대에 기대를 갖고 있는 듯 하다.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13.7% 높게 잡혀있으며 조세 부담률은 20.2%로 처음으로 20%를 넘게 된다. 이 문제는 稅政을 어떻게 펴느냐가 관건이 된다.실명제가 저소득층에게 주름살을 더하는 결과를 낳지 않으려면 玉石을 잘 가려 세금을 더 걷어야 할 곳만 더 걷는 형평 과세가 실현돼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의 稅政은 그다지 과학적이거나 합리적이었다고 할수 없다.올해의 경우도 세무공무원들은 각종 업무 폭주 속에 세금 비상령이 떨어져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채 징세활동을 벌였다는 점을 국세청에서도 일부 시인하고 있다.의사 .변호사.개인사업자등 高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고 내세웠지만 이들의 지난해분 종합소득세는 91년보다 31%늘어난 반면 봉급생활자의 甲勤稅 원천징수는 이보다 큰 폭인 45%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 단적인 예다.
내년 세수중 특별소비세.부가가치세등 간접세 비율을 높이고 직접세 비율을 낮춘 것도 우려할만하다.
숨은 稅源,음성 소득을 캐내기보다는 봉급생활자의 경우처럼 당장 쉬운 세금부터 걷겠다는 발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실명제 부담에 돈을 잔뜩 풀었고 공공요금은 내년초무더기인상이 예고된 상태여서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97년 종합과세(96년분)가 시행되면 실명제가 완전히 자리잡는다고 기정 사실화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실명제는 그 도정에서 마주치게 될 인플레.저성장.실업등 숙제를 해결하느냐 여부에 달려있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실명제 도 입이 前경제팀의 몫이라면 실명제를 뿌리내리기위해 흐트러진 재정.세정.금융을 추스르는 일은 새 경제팀의 몫이다.
〈李在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