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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덕 새 통일부총리 이후의 대북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李榮德 명지대총장이 신임 통일부총리에 기용됨으로써 金泳三정부2기내각의 對北정책및 그 정책결정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22일께 단행될 청와대비서진 인사에서 鄭鍾旭외교안보수석의 유임여부가 결정돼야 새 외교안보팀의 색깔은 분명히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韓完相통일부총리의 퇴진이 외교안보팀내 진보성향의 탈색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李부총리 기용은 對北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민정부 출범이후 통일부총리가 對北정책의 실질적 수장역을 해왔다는 점에서 외교안보팀내에 內燃해왔던 强穩대립을 잠재울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먼저 李부총리의 등장으로 앞으로 對北정책은 보수적인 색채를 띨 것이라는게 대체적 분석이 다.
물론 韓부총리 경질및 李부총리 기용을 對北정책의 보수화로 단순 등식화하는 것은 무리다.
요컨대 신임 李부총리도『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21일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李부총리 기용은 金泳三정부 통일정책의 보수.현실화라고 할수 있으며,이는 앞으로 남북대화등에 그대로 투영될 것으로보인다. 이는 韓 前부총리의 진보적 통일정책이 색깔논쟁에 휘말린 것이 결과적으로 현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새정부 출범후 통일원 주도의 전향적 對北정책은 외교안보팀간의불화를 불렀고,이는 또한 사회 일각까지 强穩논쟁을 야기했다.때문에 金대통령은 지난 8월의 평통자문회의에서 『감상적 통일주의는 경계돼야한다』면서 진보논리에 제동을 걸었고, 최근에는 『핵무기를 가진 자와는 결코 악수할수 없다』고 했었다.
이같은 저간의 분위기와 함께 李부총리가 平南강서 출신의 실향민인데다 85년부터 남북적십자회담 수석대표로 일해온 점도 對北정책 현실화의 배경이 될것으로 보인다.
李부총리는 뚜렷한 색깔이 없어 남북문제를 개인적인 철학보다는제도안에서 접근할 것으로 보여 50대학자 일색인 외교안보팀에 座長격의 역할을 하며 부처간의 다양한 목소리를 교통정리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그의 등장은 그동안 정책결정과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외교안보팀이 한목소리를 내는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李부총리가 최근 북한 국가부주석에 기용된 金英柱의 상대역이 될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남북대화와 관련,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宋榮大 現통일원차관도 남북대화에 밝다는 점을 감안하면李부총리의 취임으로 통일원은「과거부터의 대화전문가」들이 포진한셈이다. 정부관계자는『대화전문가의 포진은 李仁模송환등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당근 제시보다는 줄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는 관계로 정착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포진은 정부내의 소리를 통일하는데는 기여하겠지만 자칫 정부 對北정책의 보수화로 비칠 가능성도 있어 韓부총리시절 목소리가 커진 정부내외의 전향적 접근 주창자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으며 북한의 대응도 주목된다.
뚜렷한 색깔이 없으면서「과거 대화전문가」 李부총리가 이같은 현실론과 이상론,혹은 진보-보수의 양축을 얼마나 순조롭게 조율할수 있을지 관심이다.
〈吳榮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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