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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엉클 텅스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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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엉클 텅스텐/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바다출판사, 1만1천8백원

탄탈.레늄.오스뮴.세슘.바륨.레늄…, 보일.돌턴.러더퍼드.라부아지에.멘델레예프….

'엉클 텅스텐'에는 원소와 과학자의 이름이 쉴새없이 등장한다. 주제도 화학.생물학.광물학.해부학 등을 수시로 넘나든다.

원소주기율표를 암호문처럼 외워야 했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슬며시 내려놓지만 않으면 이 책은 금세 과학이 친근한 상대일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책은 신경학의 권위자이자 밀리언셀러 작가인 올리버 색스가 과학의 재미에 빠져 지낸 자신의 소년 시절에 대한 회고록의 형식을 띠고 있다.

유대인으로 영국에서 자라난 색스는 유년기에 자연스럽게 과학에 입문한다. 외할아버지가 수학자이자 발명가이고 양친이 의사인 데다 수학.물리학.화학 등을 전공한 삼촌이 7명이나 되는 환경에서 자란 덕분이다.

그의 첫 스승은 텅스텐 가공 공장을 운영하던 데이브 삼촌이다. '텅스텐 삼촌'으로 불린 그는 다양한 금속을 보여주며 그것을 조카와 함께 녹이고, 자르고, 태웠다. 그러다 1930년대 말 당시 첨단 분야였던 화학의 기초 지식을 얻은 색스는 연못 다리 위에서 불붙은 나트륨을 던지거나 냄새가 가장 지독한 화합물을 만드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는 "빛은 왜 나는 걸까? 이건 왜 부드러울까? 이건 왜 찰까? 나의 질문은 끝이 없었고, 모든 사물이 궁금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여섯 살이던 색스는 기숙학교에 보내져 4년 동안 엄격한 규율과 심한 체벌을 당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오히려 과학에 심취하는 계기가 된다.

"1943년 전쟁이 끝나고 다시 런던에 돌아왔을 때 나는 의기소침한 소년으로 변해 있었지만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와 변치 않는 과학적 진리에 몰두하게 됐다."

책에는 자신만의 실험실을 만들고 과학박물관을 찾아다니며 광물학 등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는 소년 과학자의 행적이 자세히 묘사된다. 그리고 문어를 애완동물로 키우려 들고 동갑내기 소녀의 시체를 해부하는 엉뚱한 모습도 등장한다.

교과서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과학을 익힌 색스는 옥스퍼드대 등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신경과 개업의로 일하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와 뉴욕대 의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소생' 등 과학과 의학을 소재로 한 다양한 책을 내 호손덴 상.구겐하임 상 등을 받았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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