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내각」 되기 바란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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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정부 제2기 내각에서 그동안 자질부족·무능·전문성 결여·정책혼선 등 문제가 있다고 지목된 사람들을 대부분 퇴진시킨 것은 평가할만 하다.
새 팀이 꼭 일을 더 잘할 것이라고 미리 속단할 수는 없지만 원칙과 소신이 뚜렷한 이회창총리와 새로 등장한 두 부총리의 관록과 경륜,비교적 일 중심 인선에 애쓴듯한 새 진용을 보면 새 내각은 확실히 전 내각과는 인상과 성격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특히 신임 두 부총리의 기용에 주목하면서 이번 인사로 경제팀이 강력한 팀웍을 형성하고 통일 및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전과 같은 혼선이나 잡음이 없기를 기대한다.
경제관료 출신인 정재석부총리는 국제감각이 있고 추진력·장악력도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경제부총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청와대 눈치나 살피고,경제팀의 구심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점이 지적돼 왔는데 우리는 신임 정 부총리가 경제팀의 확고한 리더역할을 하면서 소신과 책임을 갖고 경제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다소 진보적이란 평을 듣던 한완상씨를 퇴진시키고 이영덕씨를 통일부총리에 기용한 것은 통일정책을 보수기조로 일원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신임 부총리는 남북적십자회담 대표로 대북업무에 경험을 쌓았지만 교육학 전공의 교수출신으로 고도의 전문성과 극히 민감한 업무처리가 요구되는 통일안보팀의 구심역을 제대로 해낼는지 주목된다.
여기서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지만 부처마다 할 일은 산더미 같고 구석구석 개혁과 새바람이 절실하다. 가령 구태를 못벗고 있는 지방행정이나 날로 심각성이 더해가는 교통·환경문제,개혁을 외치기만 하면서 손댈 엄두를 못내고 있는 교육문제 등 새 내각 앞에 가로놓인 과제들은 수없이 많다. 우리는 이른바 「실세」 소리를 듣는 최형우 신임내무나 조직력 있기로 정평이 나있는 신임 오명 교통장관 등이 자기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내기 바란다. 다만 교육과 같은 어렵고 중대한 분야에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김숙희교수를 기용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신임 김 교육장관은 실제 일을 통해 일반의 의아심을 빨리 씻어야 할 것이다.
새 내각의 면모에서 「강성내각」,또는 「친정체제」 강화 등의 특징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새 내각이 특정한 정치지향성보다는 「정책」과 「일」에 주력하는 「일하는 내각」이 되기를 주문하고 싶다.
인사이동이 좋은 것은 일을 새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내각이 지적받아온 팀웍 부실,눈치보기 등이 재연돼서는 안될 일이다. 골프를 쳐도 좋은지 아닌지도 모르는 소신없는 내각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자리를 맡은 이상 권한과 책임을 갖고 국정추진의 중심축을 형성해야 한다. 대통령도 내각을 짠 이상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량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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