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백경>12.사라지는 민속 폭죽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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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화약은 中國의 4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다.
서양인들이 위력적인 화약을 살상용 무기가 아니라 폭죽으로 즐기는데 사용해온 중국인들을 기이하게 생각한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근 1천년의 역사를 가진 화약의 역사는 중국에서 귀신을쫓고 복을 부르는 민속놀이인 폭죽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그런데이같은 폭죽이 北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귀청을 두드려대던 폭죽소리가 개업식에서나 가장 큰 명절인 春節(구정)에서조차 사라지게 되어 이제 축제의 분위기도 썰렁할 것이라며 北京시민들은여간 아쉬어하지 않는다.
폭죽금지령이 발효된 지난 12월1일을 며칠 앞두고 北京시는 이른 아침부터 자정무렵까지 폭죽소리로 뒤덮였다.지난 9월 올림픽 개최지로 北京이 결정되면 사용하려고 사놓았다 실망속에 남겨두었던 재고품을 시한을 앞두고 다투어 터뜨려댄 것 이다.사나흘동안 수백만발이 터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北京의 상점들이 갖고 있는 것만 1천만위안(약 15억원),2억발에 달한다.폭죽공장이나 대형상점들은 억대의 재고처분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폭죽금지령으로 인해 소지한 것만으로도 1백~5백위안,제조나 저장.운반등에는 최고 2만위안의 벌금에다 15일 구류를 받게 된다.폭죽은 인명에 피해를 주고 화재위험까지 있는 천덕꾸러기로 된 것이다.더 이상 과거의 古都가 아닌 현대의 대도시 北京엔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同仁병원에서만 폭죽사고로 인한 눈부상자가 1천8백20명으로 집계됐다.금년 춘절기간 에는 北京의 28개 병원에서 폭죽사고로 5백44명이 입원하기도 했다.자신의 부유함을 자랑하기 위해 보온병만한 1백80위안짜리 폭죽을 한방에날려보내기도 한다.除「爆」安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위험한 것이 폭죽인 것이다.
춘절기간중 말단 행정요원들은 폭죽으로 고역을 치른다.소방차가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을 자전거에 소화기를 싣고서 누벼야 한다.
北京시 소방국은 16초 간격으로 화재경보가 울린 기록을 갖고 있다.시의회에서 올들어 내놓은 18건의 제안중 폭죽을 금지하자는 것이 10건에 달했을 정도로 심각한 사태였던 셈이다.
北京시민들의 여론조사결과 85%가 폭죽금지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그러나 폭죽을 금지시킨 이유를 알면서도 1천년의 민속놀이를 하루아침에 포기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폭죽금지령 발효 직전의 폭죽소동속에는 아무래도 그같은 민 중의 아쉬움과 저항같은 것이 들어있기도 하다.오는 춘절에 정부의 통제력이얼마만큼 유효하게 전통어린 폭죽놀이를 근절시킬 수 있을지 흥미거리다. [北京=全擇元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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