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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실>자주 아픈아이-갈등.긴장때 발생.심리요법 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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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문=국민학교 3학년짜리 딸이 자주 두통과 복통을 호소합니다.
멀쩡하다가 별안간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가면 언제나 의사는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왜 그럴까요? 성민영〈서울양천구목동〉 답=외부적 긴장이나 갈등이 지나칠 때 어린이들이 자신의 정신력으로 그것을 이겨내기란 쉽지않습니다.세상살이의 경험이 넉넉지 않은 탓이겠지요.특히 마음이 여린 어린이들 중에는 자신의 경험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닥칠 때 신체적 아픔으로 그 탈출구를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어린이가 학교에 갈 시간만 되면 머리나 배가 아파지는 것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이처럼 마음에 쌓이는 긴장과 갈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감수하는 신체적 고통은 심리적고통이 클수록 심하게 마련이지요.
따라서 극심한 아픔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면서 병원에 가보지만 신체적 이상은 발견되지 않는 것입니다.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 어린이가 느끼는 격렬한 고통은 무시되고 하찮은 꾀병으로간주되기 십상입니다.
그럴 경우 위로받고싶은 어린이의 간절한 마음은 설자리마저 잃게 되고,실망은 점점 더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이런 실망이 거듭되다 정말 신체적 이상이 따르는 질병으로까지 발전되기도 하지요. 이런 증상은 무의식중 일어나므로 어린이 자신이 그 이유를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또 신체적 아픔 뒤에는 억압된 갈등과 긴장이 마음 깊숙이 숨어있어 보호자도 쉽사리 헤아릴수 없는 것입니다.어린이가 아픔을 호소할 때 보호자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다만 어린이의 아픔에 공감하면서『의사선생님 말씀대로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일뿐입니다.
좀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어린이 마음 깊숙이 감춰진 갈등을 찾아내는 것이지요.예컨대 지난날 얻은 마음의 상처때문인지,아니면 현재 겪고 있는 극심한 긴장탓인지….
어린이도 의식하지 못하고 부모도 좀처럼 헤아리기 힘든 증상이라면 하루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심리치료 없이는 그런 고통으로부터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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