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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단골집>서울 대치동 마산 아구찜.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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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겨울 저녁,찬 바람이 얼굴에 닿으면 문득 생각나는 음식점이 있다.혀가 얼얼하도록 매콤하고 얼큰한 아구찜이 그것이다.한동한뜨악했던 친구를 불러내 따끈한 정종 대포와 함께 정담을 나누는맛,나같은 소시민에게는 그지없는 즐거움이다.
아구는 어릴 때부터 가까이에서 보아왔던 친숙한 물고기다.고향이 부산인 탓이기도 하지만 50년대 저 궁핍했던 겨울날,어머니가 곧잘 아구 요리를 해주셨는데 밉살스럽게 생긴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내장을 발라내면 그 속에서 쏟아져 나왔 던 여러 종류의 물고기에 탄성을 지르고는 했다.어떤 물고기는 그때까지 살아있기도 해서 경이에 찬 눈으로 들여다보곤 했다.
성서에 요나에 관한 기록이 있는데,요나가 하느님 심부름을 거절하고 배를 타고 도망가다 물고기에 잡혀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을 갇혀 지냈는데 그 구약의 물고기가 아마 아구의 조상이 아니었나 혼자 궁리를 해보며 실소한 적이 있다.
내가 자주 들르는「마산 아구찜.탕」집은 강남 은마아파트 네거리에서 그랜드백화점 가는 쪽의 중간점「나해철 성형외과」아래층에위치해 있다.
이 집의 아구찜(대.중.소,1만5천원~2만5천원)요리법은 먼저 생아구를 살짝 쪄서 수분을 빼고 건조시킨 다음 조개살.미더덕 등 여러 해물을 넣고 콩나물.미나리.대파.마늘과 갖은 양념을 넣어 적당하게 익혀 먹는 것이 특징이다.
아구살이 꼬들꼬들하고 쫄깃한 맛을 주느냐의 여부는 생아구를 얼마만큼 잘 쪄서 건조시키는가에 달려 있다고 한다.물론 아구탕.아구수육등 입맛에 따라 다양한 메뉴가 있다.맵고 얼큰한,이 시대의 겨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5 62)6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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