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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시대>맨슈어 올슨 저,집단행동의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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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납세자는 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집단을 조직하고 로비를 시작하지 않을까.노동조합의 힘이 커지면 임금도,근로조건도 좋아질텐데 왜 사람들은 조합활동에 소극적일까? 의사회나 약사회.전경련등이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할 때 이것은 의문을 가질만한 현상이다.
이 문제에 정면으로 부닥쳐 해답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1965년 하버드대학 출판부에서 나온『집단행동의 논리』다.프린스턴대학 경제학교수였던 맨슈어 올슨이 쓴 이 책은『노력은 남이 하고잘되면 혜택은 함께 받는다』는 무임승차의 이론으 로 집단행동을설명한 혁신적인 저서다.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이코노미스트.퍼블릭 오피니언.미국경제학회지등은 경쟁적으로 서평과 특집을 실어 그의 이론을 조명했다.
그의 이론은 현재까지도 사회학.경제학.정치학 등의 분야에서 수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이 분야의 고전적인 이 론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그의 이론의 혁신성은『사람들이 자기 집단의 공통의 이익이나 목표를 위해 행동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요약된다.
올슨 이전까지만 해도 정치학.사회학의 집단행동에 관한 이론은공통의 이익이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은 개별활동을하기 보다 하나의 이익집단을 형성해 원하는 목적을 공동으로 추구할 것이란 상식적 견해에 입각해 있었다.
그러나 올슨은『이같은 보장은 아무데도 없으며 오히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공통이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정면으로 이를 반박한 것이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합리적이며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집단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거기에 참여하는데 따른 자신의 부담.비용을 견주어 볼 것은 명백하다.그런데 집단의 이익은 일단 달성되고 나면 그집단에 속한 구성원 모두에게 예외없이 배분되는 公共財라는 성격을 갖는다.그렇다면 왜 자신이 희생.비용을 감당해가며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히 배분될 공통의 이익을 위해 애써야 하는가.차라리 다른 구성원들이 나서서 목적을 달성하고 자신은 그 혜택만 누리는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 합리적 이지 않겠는가.
둘째,어떤 개인이 집단행동에 참여하느냐의 여부는 그 집단의 크기에 관계가 있다.
작은 집단에서는 집단이익의 개인 몫이 크며 한 개인의 참여가집단이익의 성취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집단행동의 참여도가 높아지게 된다.반면 집단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개인의 참여여부는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될뿐 아 니라 불참자에대한 사회적 압력도 작아지게 되므로 무임승차자는 더욱 많아지게된다. 셋째,따라서 대규모집단에서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면강제조치나 개인적이며 선별된 인센티브,즉 유인요소가 별도로 필요하다.집단이익뿐 아니라 그에 부수되는 개인적 이익을 보장하고구성원 각자에게 직접적인 별도의 혜택을 주며 불참에 대해서는 강제와 제재를 적절히 구사할 있는 조직의 관리기술이 절대적으로필요한 것이다.
그의 중요한 결론은 이익집단은 경제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조직구성의 자유가 주어지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지난후 서서히만들어지며 특수한 경우에는 분명한 공동이익이 존재하는 데도 끝내 이익집단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슨은 이러한 자신의 주장을 수학적 모델을 통해 전개해 보이는 한편 미국의 노동조합과 압력단체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 현실적으로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특히 마르크스의 계급이론을 비판하면서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계급투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프롤레타리아정부를 세우는 것이 노동자에게 큰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의식화시킨다 할지라도 노동자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내걸 고 혁명에 참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므로 계급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 이론은 납세자.소비자.가난한 계층등이 공통의 이익을 갖고 있지만 조직조차 구성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에비해 의사회.약사회.전경련등은 조직구성이 잘 돼있고 공통이익을 위한 참여활동도 매우 높다.이들 조직은 공통의 이익을위한 로비기능 외에도 사교기능이 있는데다 구성원에게 실질적 사회.경제적 이득을 주는 조직 자체의 활동을 벌이며 멤버가 되지않는 경우 불이익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올슨의 무임승차이론은 경제학뿐 아니라 정치학.사회학.역사학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특히 사회운동을 연구하는 자원동원이론분야에서는 올슨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조건 아래서 무임승차가 일어나는가,무임승차가 적거나 없는 집단의 특성은 무엇인가,그리고 무임승차를 막고 사회운동을 활성화시킬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에 관한 연구들을 계속하고 있다.
올슨의 이론이 명쾌하고 여러 분야에 설명력이 있는 만큼 그의책은 출판 직후부터 최근까지 격렬한 비판과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 그에 대한 비판은 두가지로 나뉠수 있다.
첫째는 올슨의 이론적인 전제,즉「합리적이며 이기적인 인간」에대한 비판이다.인간이 단순히 자신 앞에 놓여있는 이익과 그를 위한 비용들을 비교해서만 행동을 선택한다는 이론은 인간의 본성과 합리성을 지나치게 좁게 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사람들은규범적인 판단.이념적인 확신.사회적 위치.도덕적 헌신감으로 집단행동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둘째,유형의 비판은 올슨의 전제를 인정한다 할지라도 인간이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경험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꼭 필요한 집단 공동의 이익이 성취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면언제까지나 무임승차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 신의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반드시 개별적인인센티브나 강제가 없더라도 인간은 의사소통과 정보의 교환을 통해 자신의 참여가,그리고 집단이익의 성취가 자신의 이익에 필수적임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사회가 발전하고 개인들의 원자화가 지속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올슨이 전제하는 인간형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많고그런 점에서 올슨의 이론은 여전한 설명력과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林正根〈미시간 주립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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