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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혁칼럼>국론을 모으지 못한 代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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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이 야당대표에게 수시로 우루과이 라운드(UR)진행상황을 알려주고 정부의 대응전략을 설명한다.야당대표는 혹 미비점이나 異見이 있으면 서슴없이 지적해 정부전략의 완벽화에 기여한다.물론 이런 협의 내용은 국가 최고기밀로 지켜진다 .
▲UR 타결전망이 차차 유력해지면서 먼저 정부의 실무자線에서『큰일났다.우리쌀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조심스런 발언이 흘러나온다.매스컴이 이를 받아 UR진행상황을 크게 보도하고,농민단체.경제학자.정부당국자등이 신문.TV. 공청회등을 통해 활발한 토론을 벌인다.쌀시장개방을 반대하는 데모도 더러 벌어진다.
▲여당 내에서 개방 결사반대가 나오고 야당 내에서 개방 불가피론이 나오는등 與野 구별없는 토론이 政治圈에서 벌어지면서 개방임박 경고와 사전대비책 촉구 발언이 잦아진다.
▲UR협상이 급진전하면서 고위직 人士가 개방을 피하기 어려울것 같다는 전망을 근심스럽게 언급한다.
▲농민들 중에 개방 불가피를 내다보고 쌀농사 감축.농사포기 움직임이 보인다는 신문보도가 나온다.
▲UR타결이 급박해지면서 정부는 부총리 주재 회의를 총리 주재로 格上시킨다.협상력 강화를 위해 對外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前총리,또는 부총리급 중에서 협상대표를 선정하고 외무.상공자원.농림수산부등 汎정부 대표단을 파견한다.
▲「쌀」전략을 놓고 정부 내에서도 의견충돌이 빚어지고 고민하는 정부 모습이 실감있게 나타난다.초췌해진 농림수산부장관의 얼굴을 보면 차라리 동정심을 느끼게 된다.
▲국회 본회의에 불려나온 국무총리는 아직도 협상이 남아있다고말하면서도 개방大勢에 따르는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筆者가 우리의 쌀시장 개방이 최소한 이런 몇가지 과정을 거쳤더라면 하고 엉성하게 假想해본 것이다.
이제 기정사실이 되고만 쌀시장개방을 두고 흔히 불가피했다고도하고, 일찍이 예상된 일이라고도 한다.그렇다면 불가피하고도 예상된 일을 두고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충격을 받고 國論이 분열되고 있는가.야당은 여전히「死守」를 외치고 시 위농민들은「속았다」고 분노한다.「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정부는 비난받을 아무런 까닭도 없는데 왜 이렇게 여론의 집중타를 맞고 있는가. 그것은 개방不可에서「불가피」로 가는 과정이 잘못되었기때문이다.한마디로 정부는 國論을 모으는데 실패했다.國論결집은 커녕 國論을 거꾸로 몰아놓고「불가피」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代價를 치르는 것이다.
筆者가 엉성하게 假想해본 몇가지 과정이나마 있었던들 충격은 그만큼 덜할 것이고 이렇게까지 國論이 엇갈리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성난 농민들의「속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 정부가 자기 국민한테「속았다」는 말을 듣다 니 이럴 수도 있는 일인가.
돌이켜보면 쌀문제에 관한한 UR 7년동안 우리는 길을 거꾸로만 온 셈이다.쌀시장 개방은 현실이고 固守는 환상인데 현실을 버리고 환상을 강화해왔다.그 책임은 정부에도 있고,政治圈에도 있다. 물론 언론도 제외될 수 없다.개방사회의 언론이 필요한 정보와 예견되는 결과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의 판단을 그르치게 한 것은 작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언론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쌀시장 개방후 오늘의이런 사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정부는 假想해본 몇가지 필요한 과정중 한가지도 한 게 없다.쌀시장개방과 같은 국가大事를 야당과 상의했다는 말도 없었고,협상 당사자로서 많은 정보를 갖고서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도 않았다. 정부로서는 개방 불가피를 感知한지도 오래됐을텐데 그에 따른준비작업도 없었고,정부 내에서조차 이렇게 고민해야 할 문제를 두고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일이 없다.
최소한 개방 결정이 국민에게 줄 충격을 완화하고 정부 스스로빠져나갈 自救策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중간중간 개방 불가피를 흘리고 여론에 미리「예방주사」를 놓는 테크닉은 필요했겠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런 기초적인 능력조차 보이지 못했다.국민의 의심이 높아갈수록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不可고수.방침不變의 되풀이 뿐이었다.여기서 농민의 속았다는 말이 나오고,야당의 공격명분이 조성된 것이다.그런 과정을 놓친 이상 정부로서는 값비싼 代價를 치르지 않을 수 없다.벌써 부총리가 자기 책임이라고 自任하고 나섰지만 정부를 움직인 사람이 부총리 혼자였다고 생각할사람은 아무도 없다.
***政權팀 전면교체해야 國論을 모아가는 국가경영의 初步的 상식도 발휘하지 못한 현재의 政權팀이 모두 책임감을 느끼는 게옳다.金대통령은 내각.청와대비서실.與黨 할 것없이 이번 기회에새로 임기를 시작한다는 각오로 새 팀을 짜는 게 좋겠다.국가경영은 결국 사람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개방은 기정사실이 되고 남은 일은 國益과 농민을 위해 최선의 事後策을 강구하는 것 뿐이다.정부는 國論을 모으지 못한代價를 빨리 치르고 事後策강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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