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광장>환자가 좋아하는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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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몸이 아프게 되면 누구나 주위의 보살핌을 원하게 마련이며,특히 의사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된다.환자들은 어떤 의사를 좋아하며 의사들에 대해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환자들이 좋아하는 의사로는 우선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를 들 수 있다.누구나 병이 있으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며 이는 의학적으로 충분히 타당한 욕구다.왜냐하면 근래에 많아지는 만성질환일수록 환자가 자신의 병의 성격과 치료 약물의 부작용 등에 대해 잘알고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질병의 경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는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자신의 질병이 무엇인지,어떤 검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는 그만큼 의사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기도 하고,알기 쉽게 설 명해주는 의사가 환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환자들은 의사로부터 인간적인 존중과 대접을 받기를 원한다.이런 요구는 특히 근래에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전반적인 시민 의식이 성숙하면서 의료를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로 생각하고 의사와 환자 관계를 대등하게 여기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의사들은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환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과거의 일부 생각은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나아가 환자는 자신을 담당한 의사가 육체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것만 아니라 환자로서 갖는 정신적 고통이나 두려움까지도 폭넓게 감싸줄 줄 아는 사람이기를 원한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의료 여건이「환자가 좋아하는 의사」가 더많이 활동 할 수 있는 제도나 환경을 갖추고 있지 못한 점이다.현재의 수가제도하에서 의료관행으로 볼때 환자들에게 시간을 할애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가 극히 어려운 실정이 다.또 의사 교육 과정에서 의사의 인성에 관한 문제나 환자와의 관계형성 방법의 교육은 질병의 진단에 대해 교육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환자가 좋아하는 의사」가 되는것은「학문적으로 우수한 의사」가 되 는 것 못지 않게 의사로서필수적인 자질이라고 생각한다.우리 사회가 의사에 대해 다른 어떤 직업보다 높은 도덕성과 성실성을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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