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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체육특기자,운동기계로 길러낸 학교스포츠 반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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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94학년도 대학입시에 새로 적용되는 체육특기생 학력기준을 둘러싸고 일선대학과 교육부가 혼선.갈등을 빚고있다.
스카우트대상자들의 성적에 맞춰 학력기준을 수능시험 10점대로까지 낮추려는 대학들의 움직임에 대해 교육부가 23일 최저 40점은 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에대해 일선대학들은 교육법시행령에 학력기준은 대학자율로 정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더구나 이미 수학능력시험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교육부가 최저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학력기준 시비는 대학측이 제도의 취지를 외면한채 우수선수확보에 급급해 형식적으로 시행하려 한데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교육부의 최저기준 제시도 시기적으로 문제점을 안고있는 만큼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그렇지 만 교육계와체육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년부터는 대학특기생 선발.관리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이제 대학선수들도 운동기량만을 잣대로 삼을 것이 아니라 학생으로서의 기본자격을 갖추도록 해야한다 는 것이다.
지난 72년부터 실시된 대학 체육특기생 입학제도는 그동안 도입목적인 엘리트체육의 육성에 크게 기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특기생으로 입학한 선수들이 수업은 등한시한채 운동에만 매달려 학생선수가 아닌 선수학생으로만 육성돼 과연 학생으로서의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온 것도사실이다.
이제는 국내스포츠의 여건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대학스포츠가 아직도 우리 스포츠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프로.실업팀등 사회분야가 매우 튼튼해졌다.
또 대학팀이 취약한 여성스포츠가 한국스포츠의 위상을 떠받치고있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학에 진학하는 운동선수들이라면 학생으로서 최소한의 본분은 다할수 있도록 입학때부터 수학능력을 점검하고 입학후에도수업관리를 하는 대학스포츠의 정상화를 추진할 때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대학들이 특기생을 선발할때 경기역량과 함께 SAT(대학진학적성시험)등 수학능력을 충분히 점검하고 입학후에도 일정 성적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퇴교시키는 것은 좋은 본보기다.
미국도 한국처럼 고교스타들을 상대로 스카우트전쟁을 벌이기는 하지만「억대선수」라는 개념은 없다.
미국대학들은 기본적으로 운동선수들 스스로가 고교시절 경기성적,코치의 추천서,SAT성적등을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에 제출해 입학허가를 받는 특기생입학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또 80년대초반 국내에도 잘 알려졌던 일본의 초고교급 투수 에가와가 성적이 못미쳐 1년을 쉰후 대학에 진학했던 사례는 대학과 스포츠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언제까지나 대학에서「운동기계」를 양성할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대학스포츠의 선진화를 추진할 때다.
〈李德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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