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과 비핵공조(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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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대통령과 중국의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간의 19일 정상회담은 비록 아태 경제협력(APEC) 참석길에 제3국에서 이루어진 짧은 만남이었지만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북한의 핵문제가 중대한 고비에 들어선 시기에 북한과 가장 유용한 대화통로를 가진 중국의 수뇌를 만났다는 점,수교이래 짧은 기간동안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해져 가는 두나라 관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 김 대통령에게는 한반도 안정에 긴요한 주변 4개국중 미­일­러시아에 이어 중국 지도자를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핵문제에 관한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압력이나 제재를 자제하고 대화와 인내를 통해 해결해야 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오고 있다. 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강 주석은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중에서 전에 비해 강한 표현이 사용된데 주목하고자 한다. 그동안 북한 핵문제에 관해 평화해결 노력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한데 이어 한반도의 비핵화를 「확고한」 신념으로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는 대목이다.
유엔총회에서 북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 수용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될 때 기권이라는 수단으로 북한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묵시적 메시지를 보낸 중국 지도자의 이러한 발언을 우리는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 설득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보고 그 역할에 기대하고자 한다. 또 핵문제뿐 아니라 남북한 관계에서도 중국의 충고와 고언을 통한 북한 설득의 간접적인 역할도 기대하고 싶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두 지도자는 상호협력관계 증진을 약속했다. 김 대통령은 자본·기술·노동분야에서 협조할 분야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동차를 비롯,전자교환기와 항공기의 공동개발에 관심이 있음을 밝혔다. 불과 몇년 사이에 매년 60%씩 늘어 이미 1백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양국의 무역규모로 미루어 경제교류는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두나라의 이러한 협조는 따라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물론 두나라가 호혜의 입장에서 제도적인 틀을 서둘로 마련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이중과세 면제협정이나 항공협정 등의 교섭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빠른 시일안에 두나라가 만족할만한 합의점을 찾아내기 바란다.
두나라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은 동북아 안정에 필수적이라는데서 두나라 수뇌가 직접 만나 이를 위한 발판을 다시 한번 굳히고 확인했다는데 시애틀의 한중 정상회담을 평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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