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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경제>日 불황탈출 야쿠자 최대 걸림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日本의 헤이세이(平成)불황에는「야쿠자 리세션」이란 별명이 붙어있다.
버블(거품)이 꺼지고 경기가 바닥을 향해 치닫는 과정에서 폭력단이 일본기업 깊숙이 침투,기업을 협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때문에 본격적인 불황탈출을 위해서는 폭력단대책이 절실하다는데서비롯된 말이다.
일본경찰청에 따르면 일본의 폭력단은 현재 약 3천4백90개단체에 9만6백여명의 단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직과 자금면에서 마피아에 필적한다.
이들 폭력단의 전체 연간수입은 89년 추계로 1조3천억엔(약9조7천5백억원).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보다 낮게 계산된데다 버블경제 이전 것이기 때문에 요즈음엔 5조엔(약 37조5천억원)에 달한다는 견해도 있다.이러한 거대 폭력조직 이 일본기업 깊숙이 침투한 것은 버블시대때.
당시 기업들은 넘치는 돈을 주식과 부동산투자에 돌렸으며 특히도시재개발붐을 타고 오피스빌딩.골프장.레저시설등의 건축에 열을올렸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유착하게 된 것이 소위「지아게야」(도심의 낡은 건물이나 토지소유자를 협박해 반강제적으로 팔게 하는 조직.기업은 이곳에 빌딩을 지어 결과적으로 땅값 상승을 부추긴다).
이들 대부분은 폭력단원들이다.기업들은 처음엔 중간에 사람을 세워 이들과의 직접 상대를 피했으나 차츰 폭력단원들과 기업체 간부들과의 접촉이 이뤄졌으며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런 사적인 자리에서 생각없이 내뱉은 기업체 간부들의 상사에대한 욕설.기업비리등이 폭력단으로 하여금 협박의 구실을 제공한것이다. 폭력단들이 아직은 기업을 협박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과거의 약점을 구실삼아 새로운 사업을함께 벌이자는 협박성 제의를 할 것이며 이러한 부담이 기업의 설비투자 마인드를 위축시킨다는게「야쿠자 리세션」을 주 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폭력단은 일본 정부가 불황대책으로 벌이고 있는 각종 공공사업에도 걸림돌이 된다.공공사업비의 1~3%가 주변대책비,또는 협력비 명목으로 폭력단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다.공공사업을 벌이는 건설업체가 각종 방법으로 훼방을 놓는 이들 폭력단에게 이권이나 돈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 〈金國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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