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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의류시장 '올빼미 쇼핑' 사라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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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동대문시장의 '밤 장사'를 '낮 장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동대문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전문가.상인들의 모임인 동대문포럼은 지난 14일 '동대문 상인이 바라본 동대문시장의 문제점과 대책'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일부 상인은 "동대문 상인 2만7천여명 중 상당수가 심야영업 때문에 가정생활이 엉망이 되고 있다"며 현재 야간 중심의 영업시간을 주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밤 장사로 벌어들이는 금전적 이득보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 탓에 이혼 위기.자녀교육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를 제시했다.

동대문시장에서 20여년간 의류장사를 해온 엄모(45)씨는 "밤에 영업하고 낮에 잠을 자다 보니 옷 개발 등에서 창의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가정 내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동대문운동장 주변 상가들 가운데 광희시장과 제일평화.뉴존.apm상가 등은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반면 청평화시장은 밤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시장이 이처럼 밤 장사로 돌아선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인근에 밀리오레.두타 등 대형 의류 쇼핑몰들이 들어서 오전 4시부터 오전 10시 사이를 제외하고는 계속 영업을 하면서 손님을 빼앗아가자 지방 도매상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영업시간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제안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지방 도매업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야간에 상경해 동대문에서 옷을 산 뒤 새벽에 내려가 장사를 하는 특수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반박이다. 또 젊은 상인들은 몸이 상하더라도 당장 한푼이라도 더 벌고 싶어한다.

동대문포럼의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지방에도 대형 상가들이 많이 생겨나 동대문의 도매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며 "앞으로 청계천 복원 뒤까지 바라본다면 낮시간대에 장사를 하는 것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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