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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36) 서울 동작을 열린우리당 이정희씨

중앙일보

입력

“정부 예산 중 낭비성·선심성 예산, 불요불급한 예산 등을 철저히 가려내 이 돈을 사회 복지, 실업 구제 등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곳으로 돌리는 작업을 하겠습니다.”

전문가 영입 케이스로 열린우리당에 입당, 서울 동작을에서 당내 경선을 준비중인 공인회계사 이정희(44)씨는 “지금처럼 파행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세제와 국가예산 체제로는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경제와 안정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세제를 버리고 형평성을 제고해 명실상부한 선진 세제의 모습을 갖출 때가 됐다는 것.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동안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할 능력을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20여 년에 걸친 실무와 국정 자문 경험, 기업들에 대한 회계 감사와 경영 자문, 재경부·국세청 자문위원 활동을 통해 우리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를 상세히 살펴봤구요. 우리나라 세제는 숱한 개정에도 불구하고 60,70년대 개발독재시대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씨가 생각하는 정치의 이상은 경세제민(經世濟民)이다. 세상을 경영하고 국민을 구제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본령이라는 것.

“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의 삶이 고달팠던 적이 없습니다.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요. 이런 시기에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현실 경제 운용에 필요한 기술적 차원의 능력·경험보다 우리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미래 지향점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필요합니다.”

그는 등원하면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세제 개혁을 추진하고 예산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일하는 정치, 경제를 살리는 정치, 민생을 챙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절차 내지 과정의 개혁보다 내용의 개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의 변화와 인적 쇄신의 결과물은 정책 중심의 정당, 일하는 의회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의 내용이 바뀌려면 무엇보다 정당과 국회의 입법·정책 개발·심사 기능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일대 제도 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정희씨가 출마하는 서울 동작을은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그는 “교육시설의 개선과 확대, 도로와 교통시설의 개선, 재래시장의 개선과 활성화, 문화시설과 노인·청소년 복지시설의 확대, 주민의 의사에 기초한 재개발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을 중심으로 하는 뉴 타운 개발도 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이정희씨가 출사표를 던진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흑석시장에서 한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씨의 모습.

“그동안 정치권이 국민의 눈밖에 날 미운 짓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의원과 의원 보좌진 수를 늘리고 국회 예산을 늘리겠다고 하면 국민적 저항과 불신이 만만치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문제는 한 번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개혁을 위한 논의가 정치인들을 범인시하고, 어떻게 이들을 단죄하고 정치자금의 조달과 사용을 통제할 것인가에 그친다면 이는 정치개혁의 본령에 미치지 못하는 거예요.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는 정치가 바로 서려면 정당과 의회가 일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정치인과 국회의원은 정책을 생산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면 사회적으로 이를 견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할 수 있는 구조,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나서 과연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가리고 선거 등을 통해 심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지역구인 동작을의 현안으로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교육환경 개선을 꼽았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기본적으로 전체 경제 활성화의 하위 체제로 풀어 나갈 문제지만 동작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독자적인 개발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이곳의 편리한 교통 환경과 역내의 중앙대·숭실대 그리고 인근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 등의 고급 두뇌 집단을 연계시켜 IT·소프트웨어 산업 단지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대 정치사의 고비고비마다 우리 국민은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했습니다. 85년 2.12총선과 88년 4.26총선이 그랬죠. 지난 대통령 선거는 그 백미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항상 국민을 믿고,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고 나가면 된다, 그러면 실패가 없다.’ 이 말씀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이 세상에 정치가 존재하는 한 유효할 거예요. 국민과 더불어 우리 정치의 내용을 바꾸는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걸어 가겠습니다.”

김경혜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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