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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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1부 불타는 바다 어머니,어머니(30)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지상은 숙소 건물,제1기숙사 앞으로 걸어갔다.맨 앞에 있는 방이 사무실이었다.사감과 세 명의 관리인이 거기서 근무를 했고,요시코는 그들 자리와는 조금 떨어져서 있었다.조선인 징용공들은 군대 식으로 각 중대로 편성이 되어 있어 백명 안팎으로 한개 중대를 이루고 있었다.각 중대의 대표격인 이들이 모일 때 사용하는 긴 책상 한쪽이 요시코의 자리였다.
처음 이곳에 오던 날,1백82명의 징용공들은 두 개 중대로 나누어졌고 각 중대는 또 3개의 소대로 편성되었었다.이 3개 소대가 또 3개 분대로 나누어져서 숙소로 배치되었었다.
일본말을 한다는 것 때문에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와사키 관리소장의 눈에 띄었던 지상은 너 2중대장을 해라 하는 말에 두 손을 내저었었다.
『이유가 뭐냐? 이건 명령이다.하라면 하는 거다.』 『아닙니다.저는 안 됩니다.』 『이유가 뭐냐니까?』 『조선 사람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윗사람을 해야 됩니다.조선 사람은 나이 많은사람의 말을 따른다는 걸,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알겠다.2중대에서 나이 많은 사람이 누구냐.』 어리다는 것을 핑계로 중대장이 되는 것을 면하긴 했지만 그후 관리소장은 무슨 일이 있을 때면 2중대의 대표인 장씨 대신 지상을 부르는 일이더 많아져 갔다.징용공들의 작업량 계산이나 공장의 인원배치 숙소의 이동 같은 일이 생길 때 면 언제나 가와사키는 지상을 불렀다.소장수 다니던 때 노름하던 이야기를 빼고 나면 말이 되지않는 장씨의 사람됨을 관리실 사람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무실 안에는 사감장도 다른 관리인도 눈에 띄지 않았다.혼자있던 요시코가 지상을 맞았다.
『요시코 상.이거….』 주머니를 부시럭거려서 지상은 편지를 꺼냈다.요시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벌써 작업이 끝났나요? 시간이 그렇게 된 줄 몰랐네요.』 『집에 보내는 편지인데,좀 부탁합니다.』 『다음 주일에나 우편수발이 있을 텐데,되도록 빨리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지를 받으며 요시코가 물었다.
『부인에게 보내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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