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대학 새내기 된 교수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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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외국어대가 올 3월 문을 여는 사이버외국어대의 언론홍보학과장 김병철(41)교수는 요즘 크게 들떠 있다. 서울대 영문과 82학번인 그는 22년 만에 다시 대학생 신분으로 돌아간다. 金교수는 그가 속한 사이버외대 e-비즈니스학과 신입생으로 등록했다.

첫 학기에는 15학점을 신청할 예정이다. 전공 필수과목인 '경영학의 이해''경제학원론''컴퓨터의 이해'는 물론 평소 배워보리라 마음먹었던 중국어를 교양 과목으로 선택했다.

"앞으로 4년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르치는 언론홍보학과 e-비즈니스는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한번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만 남은 거죠."

사이버외대에서 다시 사각모를 쓰는 사람은 金교수 만이 아니다. 학과장 다섯명 전원이 2004학번 신입생으로 돌아간다. 일본어과 윤호숙(43)교수는 영어과에, e-비즈니스학과 임양환(41)교수는 중국어과에, 영어과 성은경(41)교수는 언론홍보학과에, 중국어과 원종민(37)교수는 일본어과에 지원했다. 이들은 일반 학생과 똑같이 입학금 30만원에 학점당 8만원의 수업료를 낸다.학과장 전원이 다시 신입생이 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12월 임양환 교수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임교수는 학과장 모임에서 "교수가 학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던 시대는 지나갔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교수가 학생 입장에서 함께 학문을 닦는 쌍방향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주입식 교육으로는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교수가 직접 학생이 돼 학생들의 욕구와 의견, 수준 등을 반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청된다는 설명이었다.

원종민 교수는 "대학을 졸업하면 교육이 끝난 것으로 여기는 건 옛날 사고방식"이라며 "지금은 자기 계발에 소홀하면 낙오할 수밖에 없는 평생 교육시대"라고 말했다. "일반 기업처럼 대학에서도 끝없는 자기 혁신, 자기 재교육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성은경 교수도 "학교라는 직장은 자칫 자기 관리에 나태해질 수 있는 곳"이라며 "프레시맨(대학 신입생)처럼 항상 프레시(참신)한 마음으로 새 분야를 공부하겠다"고 밝혔다.이들 학과장은 재학생 가운데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학생들에게는 강의도 맡길 계획이다. 김병철 교수는 "배울 게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스승'으로 초대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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