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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길」 따라 20세때 입산/성철스님 유일한 혈육 불필스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속세의 연 끊었다” 법명 안지어줘/입적때 “필아,필아” 부르며 눈감아
『필아,필아!』
입적을 눈앞에 두고 성철 큰스님이 안타깝게 불렀다는 그 「필」은 스님이 속세에서 낳았던 일점혈육 불필스님(52)이었다. 해탈을 얻은 큰 도인의 경지로도 핏줄로 이어진 인연과 정리는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일까. 해인사 경내에서 함께 지내오면서 아버지 성철스님의 입적시말을 모두 지켜보았던 비구니 불필스님은 그러나 10일 있었던 영결식과 다비식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불필스님은 성철스님이 출가하기 전 속가에서 낳았던 유일한 혈육. 결혼 이듬해인 1932년 큰스님 나이 20세때 이 딸을 얻은 스님은 그 3년뒤인 35년 입산 득도하고 나서는 단 한차례도 부녀로서의 속간인연을 인정하지 않았다. 딸의 속명은 이수경. 20세 나던 해 아버지의 길을 따라 출세간,인홍스님으로부터 계를 받았다.
불필스님이 아버지 성철스님을 직접 만난 것은 72년 인홍스님의 주선에 의해서였다. 그때 딸인 비구니스님이 법명을 하나 지어달라고 하자 성철스님은 『이미 속세의 연을 끊은 사람이 어찌 아버지가 되겠느냐』며 딸에게 『너의 법명은 필요없다』고 해 그때부터 그녀의 법명은 불필로 굳어지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불필은 입산한뒤 지금까지 해인사 경내의 한 비구니 암자에 머물면서 고아 등 불우한 아이들을 데려다 길렀으며,성철스님은 이 아이들을 무척 귀여워해 모든 사람들에게 3천배후에나 친견을 허락할 정도로 엄한 은둔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거소출입만은 늘 반기고 좋아했다.<해인사=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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