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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에 나온 고위층땅 수법대담-대규모 토지사기단 범행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번에 적발된 청와대 빙자 토지사기단은 수법도 대담하지만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있을법한 범죄가 新정부 출범후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충격적이다.
물론 피해자중에는 소유관계를 확인한 뒤 거짓임을 알고 유혹을뿌리친 사례도 있었다.
某건설회사 상무는『全前대통령이 잠원동 땅을 부동산 실명제에 대비해 공시지가의 55%선인 평당 4백만원에 팔려고 한다』는 유혹에 全敬煥씨에게 직접 문의,허위임을 안뒤 사기단의 제의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속임수에 흔들렸다. 건설업자 姜모씨는 이달초 金永吾씨(33.구속)일당으로부터『良才洞 2만6천평은 안(청와대 지칭)에서 내놓은 물건으로 은밀히 중개토록 하명받았다』는 말을 듣고 솔깃했다.
姜씨는 한편 찜찜했지만 눈앞의 큰 이익을 외면하지 못하고 은행예치금 2백억원을 계약금으로 인출할 수 있게 인감증명등 각종서류를 넘겨주었던 것.사기행각의 특징중 하나는 청와대의 특명반원,직원,친.인척 사칭외에 상대방의 신뢰를 높이 기 위해 은행지점장실이나 변호사.사법서사 사무실을 계약 또는 협의장소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金永浩씨(61.구속)일당은 사례키로 하고 南모씨(주유소대표 부인)로부터 빌린 3백억원짜리 당좌수표를 은행측에 보여주는등「큰손」행세를 하며『은밀히 할 얘기가 있으니 지점장실을 비워달라』고 한뒤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수법을 썼다.
또 2개파는 부유하게 보이는 50대 여자를 조직에 끌어들여 신뢰를 높이려 하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착수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범행을 계속한 경우도 있었다. 鄭敬德씨(47.구속)는 수배중인 일당으로부터『담당검사에게 잘 부탁해 수배를 풀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주임검사인 金弼圭검사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받아 호주머니에 넣은 채 검거됐다. 鄭씨는 건설업자에게『盧前대통령시절 정치자금으로 쓴 외국차관을 갚기위해 청와대 소유의 良才洞땅 2만6천평을 공시지가의 35%에 급히 팔려고 하니 계약금 2백억원을 주면 등기이전과 아파트 건설지구로 용도변경 해주겠다』고 속여 예치금 인출승락서등을 막 넘겨받는 순간 붙잡혀 땅을 치기도 했다.
사기단은 정치자금수수 근절 선언.금융실명제.재산공개.부동산 실명제설 등으로 부동산의 헐값 매각이 있을법하다는 사회분위기와이 기회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것이 검찰 분석이다.
이들은 부동산 브로커.건축업자등이 대부분이며 모두 회장.사장으로 통했고 근거지는 다방종업원이『사장님』하고 부르면 적어도 5~6명은 일어선다는 서울역앞과 종로1.2가,광화문,동대문일대,서초동의 다방등이었다.
이들중 일부는 검찰에서『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치자금을 만들려고 하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당당히 따져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는 것.
〈金泳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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