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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헌혈전경과 病苦고교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하루빨리 병상에서 일어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형들의 은혜를 갚고 싶어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골수이식센터에서 80일째 입원중인 孫在鎬군(18.대구덕원고3)은 생면부지의 전투경찰형들로부터「생명의 피」를 받아가며 수술날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평소 몇시간씩 농구를 해도 끄떡없을 만큼 건강했던 孫군이 인구 만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는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8월초.전교 5위권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입시준비에 여념이 없던 때였다.
孫군의 병은 피를 만드는 골수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적혈구.
혈소판등 혈액성분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자칫하면 생명까지 잃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따라서 골수이식수술을 통해 완치될 때까지는 수혈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고 그나마 부모형제나 친척의 피는 항체를형성시켜 수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담당의사의 설명이었다.
孫군의 부모들은 하나뿐인 아들의 목숨을 구하려고 부랴부랴 서울 큰병원에 입원시켰으나 정작 피를 줄 사람을 찾지못해 애만 태워야 했다.
이때 백방으로 수소문끝에 연락이 닿게 된 서울시경 전경관리계장 朴成鎭경정(48)이 딱한 사정을 대원들에게 알리자 자원해 헌혈을 하려는 희망자들이 줄을 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뜻밖에도 선뜻 헌혈을 하려는 전경들이 많았습니다』라는 朴경정의설명이다.
일부 전경들은 혈액형이 달라 피를 주지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할 정도였다.8월25일 국회경비대원 5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명의 전경이 孫군에게 피를 나눠줬고 지금도 검사를 마친 대원10여명이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평소 격무에 시달리느라 자신들 몸 가누기도 힘들텐데….이 고마움을 뭘로 다 갚습니까.
우리 재호도 매일같이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어요.』 하루도 병실을 떠나지 않고 간호하고 있는 孫군의 어머니(45)는 在鎬군이전경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을 것을 확신하고 있는듯『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를 되풀이했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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