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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문공연 1000여회 한강복지봉사회장 김종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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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금부터 역사와 전통,그리고 전군 최고의 용맹과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육군 ○○부대 창설 ○○주년 축하공연의 막을 올리겠습니다.얘들아,풍악을 울려라|.』 작달막한 몸매(1백62㎝.56㎏)에 스포츠형의 머리,익살스런 재담과 미소.지난주 전방부대의 연병장에 마련된 임시 가설무대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흥을 돋우던 진짜사나이 金鍾洙씨(42)의 모습이다.재치와 위트,해학으로 똘똘뭉친듯 한 金씨가 입을 열때마다 터지는 박장대소-.어떤 병사는 아예 배를 움켜잡고 떼굴떼굴 구르기도하고 흥에 겨운 병사들은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한다.
『장병위문공연은 반응이 빨라서 신바람이 납니다.노래를 부르면일제히 따라부르고 춤을 추면 일제히 따라추기 때문에 금방 무대와 객석이 혼연일체가 되지요.수천명이 혼연일체 될때는 시간가는줄도 모른답니다.』 얼핏보면 뽀빠이 이상룡같은 인상을 풍기는 金씨는 군대내에서만큼은 뽀빠이보다 더 인기를 누리는 코미디언이요 명사회자다.지난 17년동안 전국각지를 누비며 무려 1천여회의 군부대 무료 위문공연을 가진 金씨는 현역장병에게는 특별휴가를 선 사해주는「명사중의 명사」로,그를 아는 정훈장교는 부대역사를 술술 왼다해서「빠끔이」나「마당발」로,예비군아저씨들에게는 현역시절을 되새기게 하는「추억의 사나이」로 통한다.
「얼굴없는 연예인」「진짜 딴따라」「산타클로스 金」등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별명들만 슬쩍 훑어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알수 있다.그는 분명 연예인이면서도 일반인들 사이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무명인물이 다.그렇다고 재주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TV브라운관을 누비는 어떤 유명 연예인보다 재치가 뛰어나고 재담이 많다.노래.춤실력 모두 일품이고 만담실력 또한 뛰어나지만,성대묘사와 원맨쇼는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을 자랑한다. 유명정치인이나 연예인의 목소리 흉내뿐만 아니라 가수들의 모창에서부터 대포소리,총소리,헬리콥터 소리,비행기 폭격소리에 이르기까지 못내는 소리가 없다.
순식간에 연병장을 웃음바다로 바꿔버리는 적당하게(?)야한 재담과 심형래.이주일등 코미디언 흉내,원미경의 코맹맹이 소리와 장미희.정윤희.강수연등 명배우들의 섹시한 포즈 흉내등 그가 펼치는 재주들을 보고있노라면 웃고 또 웃다가 넋이 나갈 정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에게는 방송운이나 스타운이 따라주지 않았다.20년 이상을 무명으로 지내면서도 타고난「끼」를 버리지 못하는 그의 열정에 질린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 바로「진짜 딴따라」-. 또하나의 별칭인「산타클로스 金」은 장병들이 지어준 것이다.金씨는 국군 위문공연때마다 디스코경연대회등 사병들이 참여할 수 있는 즉석 프로그램을 마련한후『입상자에게는 부상으로 특별휴가가 주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멘트를 내보내 분위 기를부대장으로 하여금 휴가명령을 내리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어 버리곤 한다.따라서 그가 위문공연을 가는 부대에는 평균 10~15명의 휴가자가 나오게 마련이다.때문에 장병들은 김종수씨에게「산타클로스 金」이라는 애칭을 선사한 것이다.
전북부안이 고향인 金씨는 국민학교 졸업후 가난때문에 진학을 못하고 전전하다가 다음해인 66년 무작정 상경,신문배달.공사장인부.구두닦이.콩나물장사등을 하며 어렵게 야간중.고등학교를 마쳤다.어릴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던 그는 72년 K BS라디오프로그램인「KBS장기자랑」에 나가 성대묘사로 특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연예인생활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쇼단체를 찾아다니며 무대에 오르기만하게 해달라고 간청하며 20여군데를 돌아다녔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 다.실망과 좌절보다는 오히려 오기가 발동한 그는 자신의 무대를 찾아 변두리지역을 헤매고 또 헤맸다.
변두리극장의 쇼무대를 전전하던 그가 양석천씨등 선배들을 따라처음으로 국군위문공연에 참가한 때는 76년 가을.13명의 위문공연단에 끼여 중부전선의 某부대를 찾게되었다.쌀쌀한 날씨에도 한시간전부터 부대정문 양편에 도열한 장병들이 무 명인 자신에게까지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며 좋아하는 진솔한 모습에 엄청난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그리고 그자리에서「평생을 장병들과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77년 봄,현숙등 12명의 연예인으로 공연단을 조직하여 첫 위문공연을 가진지 올해로 17년째.지금은 현숙.김상희.정재은.
이영숙.김상진.김미성.휘파람새.남궁옥분.나비소녀.국보자매등 가수와 현석.남능미등 탤런트,김뻐꾹예술단등 국악인, 그리고 코미디언 서세원.한무.김영아.조정현등 유명연예인 70여명이 수시로金씨의 공연을 돕고있다.
金씨가 가장 곤란을 겪는 부분은 역시 경비문제.요즘같은 경우15명안팎의 위문단을 만들어 한번 공연을 치르려면 거리에 따라약간씩 다르지만 최소한 3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회갑연.동창회등 각종 잔치의 사회를 봐주고 받는 수입으로 경비를 쓰고 있습니다.수입을 털어넣고 선배.동료들의 기부금을 합치면 빠듯하긴 해도 한달에 1~2회 정도 공연할 수 있지요.
최근에는 진양문화사 정신호씨등 10여명의 독지가들 과 한무.황기순.서세원등 동료들이 적극 도와줍니다.』 그러나 金씨가 갖는공연 수는 한달에 많을때는 7~8회.그 비용을 제공하는 가장 큰 후원자는 金씨의 착한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아내 丘賢淑씨(38)다.
서울성북구하월곡동에서 조그만 의상실을 꾸려가는 그녀는 용남(중1).용성(유치원)등 두 아들의 학비와 생활비는 물론 金씨가『경비가 좀 모자란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말없이 챙겨주곤 한다.덕분에 金씨부부는 결혼생활 15년이 됐지만 아직 도 셋방살이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그래서 金씨는 자신에게 무조건 순종하는아내에게 항상 죄스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
金씨가 운영하는 군위문공연단체인「연예인 한강복지봉사회」사무실(741-3998~9)에는 그동안 金씨가 받은 4백여개의 각종표창장과 감사패가 가득차 있다.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은 지난 10월1일「국군의 날」에 받은 국민훈장 석류장.연예인으로서 국민훈장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무명으로,그리고 공연출연이 아닌 무료봉사로 훈장을 받은 사람은「자신이 유일하다」며 익살스런 미소로 특유의 능청을 떨었다.
〈裵有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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