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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TV가이드] 중국동포 사회가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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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면

지난해 12월 9일. 중국동포 불법 체류자 김원섭씨가 도로변에서 얼어죽은 채 발견됐다. 취재진은 김씨의 고향인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작은 중국동포 마을을 찾았다. 한때 2백여가구 남짓하던 마을이 너도 나도 한국으로, 도시로 떠나 이제 30여가구만 남았다. 그나마 남은 사람도 대부분 병든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상당수는 한국에서 불법 체류 중인 부모를 7, 8년 넘게 보지 못했다. 부모가 이혼한 아이도 많다. 한국말로 수업하던 학교는 양로원으로 바뀌었다. 이제 아이들은 대부분 한(漢)족 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그곳에선 한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전혀 배울 수 없다. 옌지(延吉)의 한족 고중(고등학교)에서 1, 2등을 다투는 윤미(고1)는 중국동포지만 용정 출신 시인 윤동주를 전혀 알지 못할 정도다.

중국동포 학자들은 한국에서 들끓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도 중요하지만 중국동포 사회의 해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불법체류 문제가 그 핵심에 있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브로커 비용을 갚기 위해 농사 짓던 땅을 한족에게 팔고 장기 불법 체류하는 와중에 가정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홀로 한족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한국말을 잃어간다.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 등 동북 3성의 조선족 사회를 밀착 취재, 중국동포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그 대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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