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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있는고향>죽엽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입동이 며칠 남지 않아서인지 어디를 가나 찬바람이 불고 춥기만 하다.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아도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기는커녕 괜스레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이렇게 되면 영락없이 몸살이나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글자 그대로 몸살 이란 몸에 살(煞)이 붙는 것이고,감기(感氣)란 외부의 기에 감응하는 결과로 얻게되는 병 아닌가.
따라서 몸살을 떨치고 감기를 이기자면 나 자신의 기가 외부의탁기나 나쁜 기운에 지배되지 않을 만큼 강하거나 스스로 조화를이루고 있어야 한다.이와 관련,나이를 먹어가며 깨닫게 되는 것이 옛말이 하나 그른게 없다는 점이다.풍진 세 상을 살아가며 늘 마음을 조화롭게 하고(調心),숨 쉬기를 고르게 하며(調息),몸가짐을 바르게 하면(調身)사람이 일생 큰 탈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터다.
이런 태도로 사는 사람에게 감기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진객(珍客)이지만 부득불 삶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 있게되면 마치기다리고 있었다는듯 감기가 찾아든다.
감기를 다스리기 위해서라면 죽엽에 쥐눈이콩 鼠目太(서목태) 혹은 려豆(여두라고 함).말린 도라지.오미자.생강등을 함께 넣고 푹 달인 복합 죽엽차가 효험이 있다.
죽엽차를 만들려면 솜대 혹은 감죽(甘竹)이라고 하는 담죽(淡竹)이나 조리(조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조릿대 잎도 좋고 필자가 살고있는 강릉지역 같은 곳에서는 오죽(烏竹)의 잎을 채취해 차거리로 쓰면 된다.가급적 신선한 잎을 골라 따 그늘에서 말려 이를 적당량 끓는 물에 우려내 수시로 복용토록 한다.
대잎의 기미는 차고 달다.청열(淸熱).이뇨.갈증해소.생진(生津)효능이 있어 불현듯 몸에 열이 오르는 사람이나 가슴이 답답하고 공연히 목이 마르는 번갈(煩渴)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이롭다.중년이 되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소변등 신진대 사 작용이 원활치 못한가 하면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숨쉴때 쇳소리가 나는 여성들에게는 일상 음료로 반드시 권할 만하다.가끔씩 일없이잘 놀라는 아이들에게도 죽엽차는 좋다.
에어로빅등의 운동을 통해 세월의 부피만큼 몸에 붙은 군살을 없애고자 애쓰는 사람들은 운동후 죽엽차로 열기와 갈증을 달래면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마음의 건강을 위해 양서를 읽으며 한편으론몸의 건강을 위해 아름다운 죽엽차를 벗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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