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어 방송 「유러뉴스」(선진국 무엇이 다른가:2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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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안방서 세계와 만난다/국제화·유럽통합 기초 다져/유럽시각으로 뉴스가치 판단/「통합의 맥박」 32개국서 함께 확인
93년 1월1일 유럽대륙 하늘에는 새로운 TV방송 전파가 쏘아 올려졌다.
소말리아 내전,프랑스 TGV의 한국 수주소식,인도의 대지진….
세계 구석구석에서 숨가쁘게 돌아가는 중요뉴스를 유럽 가정에 생생하게 전달하는 유러뉴스(Euro News)가 탄생한 것이다. 유러뉴스는 유럽에 무게중심을 두고 세계 모든 지역에서 쏟아지는 소식들을 시시각각 전하는 뉴스 전용채널이다.
아직은 24시간 방송체제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곧 재정사정이 허락되는대로 미국의 뉴스전문 텔레비전 CNN(Cable News Network)과 같이 24시간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이 방송은 이처럼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교 「안방에서 24시간 세계와 접하게」 함으로써 지역내 동질성을 확보하고 「국제화」를 몸에 배게 하는 유럽통합의 무형적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유럽인들은 처음부터 그 의의를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유럽을 건설하려고 하는 유럽인들은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사회·국가의 「최우선적 기초」라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유러뉴스는 모든 뉴스를 5개국어로 방송,시청자들이 원하는 말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여개 언어가 혼재된 유럽대륙 전체를 커버하기 위해서다.
이와함께 뉴스 제작도 일반프로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뤄진다.
자체 취재진을 두지 않는 대신 21개의 인공위성을 통해 영국의 BBC,프랑스의 FR2,이탈리아의 RAI,독일의 ZDF 등 유럽내 중요방송국의 뉴스를 끊임없이 받아 이를 재편집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영어·불어·독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 등 5개국어로 기자들이 기사내용을 작성,화면에 맞춰 동시녹음한뒤 인공위성·케이블로 시청자들에게 내보낸다.
쉽게 말하면 모든 유럽국가의 뉴스를 가공,하나의 「유럽판 종합뉴스」를 만드는 것이다.
남불 리옹 근교의 유러뉴스본부를 방문한 취재진은 이곳 편집국에서 힘차게 고동치는 유럽통합의 맥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핀란드에서 이르기까지 20여개국에서 날아온 1백20여명의 기자와 방송기술자들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각 뉴스의 중요성과 우선순위에 대해 진지하게 숙의중이었다.
이들은 그때 그때 들어오는 뉴스를 검토,30분마다 「종합」뉴스를 창출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철칙은 기자들이 자국의 이익에 영향을 받아 기사를 다루거나 해설을 달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유럽적인」 시각에서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고 해석해야지 자국의 이익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절대금물이라는 이야기다.
민감한 사안일 경우 아무런 의미부여없이 무미건조한 장면 묘사만을 덧붙이거나 아니면 아예 설명없이 화면만을 내보내기도 한다. 모두 기자들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은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해주겠다는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유러뉴스는 건조한 뉴스외에 사이사이 교양프로그램도 끼워 방송하고 있다. 각국의 중요한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망라해 다양한 특집물로 유럽 각국의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에서다.
유럽의회 회의,프랑스 총선 개표상황 등 유럽내 중요현안이 진행될 경우 5개국어로 생중계하기도 한다.
보통 3∼4개 언어에 능통한 기자들에 통역실에 앉아 모든 유럽인들의 눈과 귀를 대신해주는 것이다.
유러뉴스는 유럽공동체(EC) 전체의 지원에 힘입어 짧은 역사에 비해 유럽사회에 쉽게 파고들 수 있었다.
현재 유러뉴스는 4천만 가구에 방송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4천8백만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방송이 케이블·위성안테나로 서비스되고 있는 지역은 동·서유럽은 물론 이스라엘·모나코·터키에 이르기까지 모두 32개국으로 앞으로 2∼3개국이 추가된다.
『현재 일본 NHK 등과의 방송교류도 추진중으로 유러뉴스가 미국 CNN처럼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고 이곳 홍보담당자 캐이 왈라스씨는 자신했다.
유러뉴스가 탄생하게 된데는 90년 걸프전 당시 엄청난 명성을 얻었던 CNN이 결정적인 자극제가 됐다.
잘 알려진대로 CNN은 90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당시 개전상황을 휴대용 위성방송 발사기를 통해 온세계에 포음과 함께 생생하게 전함으로써 명성을 날렸다.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는 주위의 회의론 속에서 80년 6월 뉴스 전용케이블 TV를 설립,ABC·NBC·CBS라는 3대 TV네트워크의 벽을 넘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방송국이다.
세계의 모든 뉴스를 수집,미국시민들의 안방에 즉시 보도함으로써 국제화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단순한 방송국 이상의 의미를 지닌 매체다.
이러한 CNN이 유럽대륙에도 상륙,각 가정의 안방에 침투해 유럽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미국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유럽인들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유럽 각국은 자연스레 유럽인들의 전용뉴스 채널을 원하게 됐고 EC본부 역시 80년대 중반 이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유럽방송연맹(EBU:Eurpean Broadcasting Union)은 결국 산하 32개 방송사의 동의를 얻어 90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인들에 의한,유럽인들을 위한 뉴스채널」을 설립하는데 매진,올해초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설립된 유러뉴스는 1차적으로 세계,특히 유럽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를 신속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화」의 차원을 뛰어넘어 하나의 「유럽공화국」 건설을 꿈꾸는 유럽인들에겐 유러뉴스가 단순한 방송국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럽 각국의 통신·교통망을 한데 이으려는 거대한 「범유럽망계획」(Trans­European Network)과 함께 유러뉴스가 유럽의 통합에 견인차 노릇을 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케이블TV/사업자 연내 선정 95년 송출가능/종합뉴스 채널 24시간 방송예정
공보처가 지난 8월 케이블 텔레비전(CATV) 프로그램 공급업자 20개를 선정함으로써 우리나라도 95년 본격적인 케이블TV시대 개막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전국 1백16개 케이블TV 구역중 54개 우선 시행구역의 케이블TV 방송사업자는 연말까지 선정될 예정이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방송사업자들은 1년간의 준비를 거쳐 95년초부터 케이블TV 방송을 시작하게 된다.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자는 보도·영화·스포츠·교양·오락·교육·음악·어린이·여성·종교·교통관광 등 11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지역에 따라 최고 27개 채널을 통해 이 프로그램들이 쏟아질 경우 우리도 정보화사회에 한층 더 깊이 들어가게 된다. 각 분야중 「케이블TV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보도부문 사업자는 연합TV 뉴스(YTN)와 매경유선 TV.
이중 연합TV 뉴스는 미국의 CNN처럼 24시간 뉴스를 공급한다. 2백30여명의 제작진으로 연합통신의 기존 취재망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사건·사고 등 일반뉴스뿐 아니라 시사·환경·의약·식품·관광·교통·패션 등에 관한 각종 정보·기획물도 내보낼 예정이다. 해외뉴스 확보를 위해 미국의 CNN,영국의 BBC·TV 뉴스통신사 WIN,로이터스 TV 등과 뉴스공급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경유선 TV는 하루 8시간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생활경제와 함께 국가경제·해외정보·산업정보 등을 폭넓게 다루게 된다.
매경유선 TV도 미국 NBC의 자회사인 CNBC 등과 뉴스공급 계약을 추진중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제반여건에 비춰 케이블TV 도입이 타당한가라는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케이블TV가 장래 종합정보통신망(ISDN)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는 중요성을 인정받은 셈이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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