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 일상생활 리듬 깨져 부작용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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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른바 어드벤처게임과 전략게임이라는 것인데 내용이 복잡하고 흥미진진한데다 두뇌회전을 상당히 요구하고 성취감을 주기 때문에쉽사리 손을 놓기가 힘든 내용이 대부분이다.게다가 게임을 끝내는데 최소 1주일에서 길면 몇주까지도 가기 때문 에 탐닉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모 금융기관 직원인 尹모씨(34)는 지난 1년여 동안 6종의 전략게임을 돌아가면서 광적으로 탐닉하다 가정불화를 빚었다.퇴근후 바로 귀가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한 것.부인등가족들과의 대화가 거의 없어진데다 집안일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것은 물론 집에서 식사도 하지 않아 사실상 가정에서 스스로 고립돼 버렸다.또 밤을 새우거나 자다가 일어나 새벽부터 게임에 몰두하기 일쑤여서 집안식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직장에서도 졸기 일쑤고 계산이 틀리는등 업무효율도 떨어졌다.당연히 회사내에서 정서가 불안하고 능력이 떨어지는사람으로 평가됐고 직장동료들과 관계가 소원해져 도와줄 사람도 없게 됐다.그는 얼마전 진급심사에서 탈락됐음은 물론 눈이 충혈되고 늘 피로한 만성피로증을 겪고 있고 부인은 아이들을 데리고친정으로 간후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尹씨는 지난해 봄 컴퓨터를 배우겠다고 386기종을 하나 구입했다가 주변 사람에게 얻은 프로그램으로 처음 탐닉한 것이 어드벤처 게임류였다.
총각이 라스베이가스에 가서 갖은 모험끝에 결혼에 골인하는 다소 야한 내용이나 왕의 명령으로 마녀나 거인등과 싸우면서 나라를 살릴수 있는 보물 세가지를 얻는 게임등이 그것이다.어드벤처게임은 화면에 나타난 주인공에게 갖가지 명령을 키 보드로 입력하면 그대로 움직이는 형태인데 동화같은 내용과 화면등으로 흥미를 끈다.
尹씨 이외에도 직장별로 한두명 정도 이런 증세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어 회사 관리부서에서 골치를 썩고 있다.한 보험회사에서는 직원이 외근을 나간다고 하고 집에 들어가 게임을 즐기다가 발각되기도 했다.집에서 탐닉하다 지친 얼굴 로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에 대해 뭐라고 나무랄 형편도 못된다는게 인사관계자들의 말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延世大의대 高京鳳교수(정신과)는『내성적 성격에 별 움직일 일이 없으면서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갖지 못한 정신노동자에게서 많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게임도 도박이나 마약복용과 같은 탐닉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주변에서 그냥 두지 말고 적절한 대책을 취해야 한다』고강조했다.
高교수는『주위에서「하지 말라」고 말하거나 컴퓨터를 치워봤자 성격만 포악해질뿐 별 효과가 없으므로 가족들과 함께 할수 있으면서 가급적 몸을 많이 움직여 땀을 흘릴수 있는 등산이나 수영등의 다른 취미를 갖도록 은근히 유도하는 방법이 좋다』고 충고했다.그러나 이런 증세가 심하고 오래가면 정신과 치료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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