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생명 위협하는 저가 항공의 잦은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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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주항공 소속 항공기가 그저께 김해공항에 착륙하다가 사고를 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10여 명이 다치고 활주로가 20여 분간 폐쇄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졌다. 정부가 기체 결함, 갑작스러운 돌풍, 조종사 과실 등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소형 항공사들의 사고가 끊이지 않아 여간 우려되지 않는다. 항공 사고는 곧바로 대형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 항공사들에 대한 안전 점검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국내에는 소수의 중소형 항공기로 국내선만 운행하는 소형 항공사가 두 곳 있다. 이들은 서비스·관리비 절감 등의 방법으로 경비를 줄이는 대신 항공료를 대폭 인하해 ‘저가 항공사’라고 불린다. 그러나 항공기 정비, 유능한 조종사 확보 등 승객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까지 소홀히 한다면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여행객들의 목숨을 앗아간 저가 항공기도 기종이 낙후하고 정비가 엉망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국내 저가 항공사들의 사고 원인 대부분도 정비 부실과 조종사 과실이었다고 하니 걱정이 앞설 뿐이다.

세계적으로는 저가 항공사가 확대되는 추세다. 항공료가 싸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항공업계의 경쟁 확대로 대형 항공사의 독점적 횡포를 막는 등 이점도 많다. 국내에서도 5개 저가 항공사가 설립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대적인 추세지만, 항공업계의 과다한 출혈 경쟁으로 안전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우려도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정해 설립을 승인해야 한다.

건설교통부가 어제 저가 항공사에 대한 안전대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더 이상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집중 관리해야 한다. 저가 항공사들이 몇 년 내에 일본과 중국에 진출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안전도가 이래서야 가능하겠는가. 경제성과 안전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귀한 인명 피해만 내고, 국가와 우리 항공업계의 망신만 시킬까 걱정된다.